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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마지막 날의 일기 때로는 마음 놓고 펑펑 울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이들은 나를 보고 왜 이리 많이 다쳤냐고 하고, 어떤 이들은 내가 살아난 것이 기적이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기억은 커녕 잔상조차,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는 그 날 이후로- 탓할 사람도, 탓할 상황도 아무것도 없는데 내가 책임질 일만 남아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숨쉬는 것조차 버거웠던 시간을 지나- 의식없이 지내던 중환자실을 거쳐 일반병실에 앉아있는 지금. 신이 앞에 있다면 묻고 싶다. 이건 시련인가요 축복인가요? 제가 다친 건 불행인가요 다행인가요? 하나님은 저를 사랑하시나요 아닌가요? 제가 다친 것에도 무슨 뜻이 있는건가요? 저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나요? 현실과 꿈이 뒤섞여 분간할 수 없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살려달라며 울며 잠들..
제주문화방송 시험을 보고 왔습니다. 2010년 제주 MBC 기자/방송기술 전형 과정 10/23(토) 1차 필기시험(논술, 기사작성) 10/25(월) 2차 면접 및 카메라테스트 10/25~26(월,화) 3차 합숙 면접, 집단 토론 (여기서 탈락) 10/27(수) 최종면접 **** 다음은 전형과정을 거치면서 느꼈던 것들. 기록해 놓고 싶었던 것들. >>> 23일 - 택시를 타고 제주중학교로 갔다. 96명 정도의 수험자가 있었지만 결시생을 포함하면 한 90명 정도가 아니었을까. 긴장된 마음으로 반에 들어섰다. 기자는 총 3개 반에 나뉘어 시험을 봤다. - 논술, 기사작성 1. 논술 논술과 기사작성이 합쳐 2시간 주어졌다. 논술 주제를 예상하기가 어려웠는데, 펼쳐보니 역시 제주도와 관련된 논제가 나와있었다. 논제1은 현재 논란중인 '감귤 1번과 ..
지금은 투쟁중 그러니까 나도 '투쟁'중인거라 해두자. 자꾸만 속으로 파고들고 싶어하는 나와 사람으로 세상으로 넓어지고자 하는 내가 투쟁하고 있다고 하자. 다 그만두고 싶고 내팽개치고 싶은 스스로를 다스리는 것도, 돌아보지 않는 인연들에게 다시금 말을 걸고 손을 내미는 것도, 맘껏 비판하고 제멋대로 비관하고 싶은 걸 참고 의지로 낙관하는 것도, 수많은 남들 가운데서 나를 어르고 달래며 지키는 것도, 다 투쟁이라고 치자. 그래 그리 해두자. 십대 때 나 혼자 조용히 국어사전을 펴들고 '사랑'이라는 말을 찾아보았다. 그 말이 무얼 뜻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어서였다. 아버지가 물려주신 포켓국어사전에는 "중히 여기어 아끼는 마음"이라고 적혀 있었다. '중히'의 무게감과 '아껴'의 애틋함이 전해져서, 그 뜻을 지금껏 중히 여기..
보고싶은 마음은 이미 푹 고아졌습니다. 보고싶은 마음은 이미 푹 고아졌습니다. 근래에는 고이 가라앉아 침잠하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오도카니 홀로 앉아 나는 그 동안 잃어버린 인연과 잊어버린 인연들에 관해 생각합니다. 사람에 대한 연민과 사람에 대한 희망, 그 사이 미세한 결을 구분하는 연습도 하고 있는 요즘입니다. 돌이켜보면 20세 이후의 나는 항상, 아니 대부분, 되도록 관계의 가능성을 열어놓으려 노력했던 것 같습니다. 하여 사람에 대한 욕심을 그리도 부렸건만 그러나, 오히려 그것이 당신과 나의 관계를 멀어지게 했던 것도 같습니다. 모두를 만나려 했던 나는 아무도 만나지 못했고 모두와 친해지고 싶었던 나는 그 누구와도 깊게 친해질 수 없었으니까요. 상처받음으로 독해져 다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기도 했고 뿌리쳐짐으로 뾰족해져 다른 이의 진심 ..
사람을 믿지 않으면 세상은 끝이다, 이병률 습관처럼 다닌다. 습관처럼 여행을 다니려고 한다. 여행을 다니는 습관만큼 내가 사람을 믿는 건 사람에게 열쇠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람으로부터 받을 게 있다는 확신에 기대는 바람에 나는 자주 사람에 의해 당하고 패한다. 어제 쿠스코 광장에서 만난 소년도 그렇다. 나를 묘지에 데려다 주겠다고 했다. 매주 일요일이면 네 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와서 엽서 파는 일을 한다는 소년은 자신의 학비벌이와 아픈 어머니를 위해 여행자들에게 도움 주는 일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서너 시간 나에게 도움을 주고서 그가 원한 노동의 대가는 터무니없는 규모의 가전제품이었다. 그래도 그가 원하는 규모의 절반 크기 되는 가전제품을 들려 보내면서 괜스레 부족하고 모자란 기분이 들어 영어사전까지 사 들려 보냈지만 그와 악..
언어의 빈곤 쓸 수 있는 언어들이 자꾸 적어져만 간다. 내뱉고 싶은 말은 많은데 할 수 있는 말들은 적어서, 스스로 입을 닫게 되. 의미없이 던지느니 그냥 마음에 담는거다. 하고 싶은 말이 아니라 꼭 해야하는 말,만 해야겠다. 절박함으로 글쓰고 싶다. 자꾸만 느껴지는 한계, 아니 그렇게 보이는 듯한 착각, 끝내 아니라고 믿고 싶은 욕심. - 이라고 2010/01/21 00:59에 나는 생각했었네요.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데, 그 다르지 않음이 이젠 무겁습니다...
돌아보면 그 어떤 타인도 항상 나의 일부였다 요즘 자꾸 마음이 허하다. 별다를 것 없는 일상을 살아가고 있는데도 그렇다. 뭔가 본질이 아닌 주변부를 사는 듯한 이 느낌. 근데 복잡하고 어려운 내마음 읽어내기도 귀찮아 그냥 그러려니, 하고 살고 있다. 에헤- 함께 얘기하면 좋을 것 같은 사람이 있긴 하지만. 막상 만나면 또 하릴없이 소소한 얘기만 하다 헤어질 것 같아서 연락도 하지 않고 있는 상황. 답답하구마잉~ 그건 그렇고. 학교 근처 북카페에서 이 책을 야금야금 읽었는데- 윤대녕 아저씨의 힘!을 발견했다고 해야하나. 한번에 집중해서 읽은것도 아니고 그냥 시간 날때마다 가서 읽은 책이었는데도, 읽을 때마다 독자를 끌어들이는 흡인력이 장난 아니었다. 주인공으로 나오는 한 남자의 위태로운 일생을 따라가면서, 때로는 타자화되는 여성들이 아쉬웠지만 또 한..
한열아, 이놈아, 장하다 내 미운오리새끼…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나도 거의 정신줄 놓고 살아가지만, 오늘만큼은 꼭 포스팅을 하고 싶었다. 오늘이 이한열 열사의 기일이자 내일이 바로 87년 6.10 항쟁이 23돌을 맞는 날이기 때문이다. 독재 정권을 뒤집고 민주주의를 이끌어낸 6월 항쟁, 그 도화선은 바로 연세대 이한열 열사의 희생이었다. 국민평화대행진(6·10대회)을 하루 앞두고 이 대회에 출정하기 위한 시위를 연세대 앞에서 벌이다가 경찰의 최루탄에 맞은 것이다. 그 과정에서 뇌손상을 당한 열사는 결국 7월 5일 심폐기능 정지로 사망하고 만다. 나도 잘 몰랐는데 이한열 열사와는 알게 모르게 인연이 얽혀 있었다. 아무것도 모르던 2005년 새내기 시절, '풍자'란 주제로 연 흑백 사진전에서 나는 그의 사진을 패러디해 '술취한 대학생'을 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