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세상을 배우며

(15)
<남자들은 자꾸 나를 가르치려 든다>를 읽고 # 를 읽고 나서. 최근에 흥미로운 경험을 했다. 무심코 TV를 지켜보던 중 유독 특정 광고가 눈에 거슬렸기 때문이다. 보도전문채널 이 자사를 홍보하는 내용의 TV광고였는데, 광고 속 여성이 매우 수동적으로 그려졌다. 남자가 정장을 입고 출근하며 뉴스를 챙길 동안 여자는 주방에서 그릇을 닦으며 뉴스를 본다. YTN이야 '남녀노소 모두 우리 뉴스를 본다'는 말을 하고 싶었겠지만, 나는 거기 담긴 구시대적인 발상에 매우 화가 났다. 한편으론 그런 생각을 하며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스스로에게도 놀랐다. 무던하게만 살아온 내게 이런 면이? 젠더 감수성은 원래부터 있는 게 아니라 키워지는 거구나. 그때 알았다. 어제(21일) 논란이 됐던 잡지 '맥심' 표지사진 논란도 맥락은 비슷하다. 맥심은 9월호 표지모델로 영..
'눈물이라는 뼈' 바이라인이 부끄러운 글들을 써제끼고 있다. '써서', '제끼고' 있다. 내 펜날은 왜 이리 뭉툭한가. 왜 내 논리는 이리도 허술한가. 시간 부족, 경험 부족, 취재 부족... 핑계 댈 거리는 많지만 그것들이 모여 '자질 부족'으로 귀결된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으며 기사를 끙끙 뱉어내고도 결국 남는 것은, 마감마저 어긴 허접스레기 기사와 자괴감. 울고싶다가 급기야 울먹울먹하다가 겨우 눈물을 삼키는 날들. 짠맛이 나는 눈물을 꾸역꾸역 삼키다가, 재작년인가 비슷한 상황에 있던 때가 문득 떠올랐다. 사고 후 수술한 발목이 마음대로 굽혀지지 않아서 어금니를 깨물고 재활하던 어느 봄날. 그 와중에 또 학교를 다니겠노라 고집을 부려서, 친구들에게 힘든 맘 아픈 발목 들킬 ..
정치부 첫날, 인생의 야마. 수습기자로 국회 출입 첫날, 정론관에서. 꽤 오랜 시간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 하고 싶은 얘기도, 정리하고픈 일상도 많았는데 마음만 바빴던 시간들. 언제가 돼서야, 무슨 일이 있어야 글을 쓰게 될까 스스로도 궁금했는데... 늘 그렇듯 계기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었다. 정치부 와서야 이렇게 글을 남긴다. 지난 주 넘겨 들은, 정치부 선배의 한 마디. "기사 야마를 이렇게 못 잡아서야... 인생의 야마는 잡을 수 있으려나."다른 수습에게 한 말이었지만 동시에 나 들으라고 한 말이기도 했다. 따끔했다. 정치부 첫 날 수습평은 이렇다. -무식한 기자는 사회악이라더니 정말 그렇다 : 나는 무식한 기자다 : 고로 나는 사회악이다....(먼산)-쪽팔리고 부끄러운데 쪽팔려 할 시간도 없었다. 미친듯이 타이핑하고 ..
월드비전 편지를 번역해봅니다, 아아 그간 조용히 지내온 터라, 신상의 변화도 없고 해서 포스팅은 잘 안하고 있었는데. 오늘 자로 마감해야 하는 월드비전 편지 번역을 새벽내 휘몰아치듯(!) 끝냄과 동시에 KBS 라디오에서 애국가까지 듣고, 거기에 좋아라하는 뮤지션 양양의 '봄봄'의 노래가 흘러나와 주시니 내 이 충동적인 포스팅을 아니할 수 없세라. '그리운 나의 봄이 찾아오면♪ 이제 나는 웃겠구나, 살겠구나, 날겠구나♬' 이천십일년 십이월 이십구일 목요일, 아무도 없는 이 새벽에 혼자 기분 한 번 째져주신다. 씨이이이익. 사실 그간 번역을 하면서 뭔가 '마감' 있다는 게, 그리고 이것도 기부라면 기부인데 약간 '의무적'으로 해야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자꾸 미뤘던 것도 있을거고. 후원아동들을 직접 보거나 하다못해 ..
거기, 사람이 살고 있었네 - 거기, 사람이 살고 있었네 2010년 1월 20일, 용산에는 비가 내렸다. 무고한 여섯 명의 사람이 죽은, 그야말로 '참사'가 일어난 지 정확히 1년째. 남일당 건물 앞에서는 고인들을 추모하는 마지막 문화제가 열렸고, 사람들은 자리를 잡고 앉아 손뼉를 치며 웃고 있었다. 그렇게 애써 슬픔을 털어내는 사람들 틈에 서서 가만히 남일당을 올려다봤다. 흡사 종잇장처럼 구겨져 있을 뿐 아니라 시커멓게 화마에 잡아먹힌 모양 그대로 남아있는 컨테이너 상자. 앞 건물의 옥상에는 쓰다가 만 가재도구와 허름한 옷이 들어 있는 낡은 서랍장, 그리고 초등학생이 썼을 만한 은색 연필깎이가 뒹굴고 있었다. '진짜네. 여기, 사람이 살고 있었네‥‥.' 진부한 문구가 실체로 느껴지던 순간, 바닥에 떨어져 있는 작은 쇳덩어리가 보..
삼성과 함께하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취업 준비자의 대부분이 우러러보는 삼성, 백혈병 논란에 휩싸이면서도 '또 하나의 가족'이라 광고하는 삼성. 대기업 중의 대기업 삼성SAMSUNG과의 싸움은 다수의 경우 매우 절박하고, 괴롭고, 끈질기다. 말 그대로 괴롭고, 끈질기고, 절박하다. 얼마 전 삼성을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만, 정작 삼성을 처음으로 '고발했던' 이상호 기자는 기억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내가 기자직에 있지 않으면서도 그의 홈페이지를 자주 들리는 이유, 병상에 있지만 이런 글을 포스팅하는 이유. '죽어도 기자'라는 이상호 기자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삼성과 함께하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다음은 유의미하다고 생각되는 관련 글. 아래에 차례로 붙여본다. 1. 《진정으로 삼성을 살리는 길》..
축복의 땅에서 다시 찾은 하나님 아래 글을 쓰면서 왜 그렇게 눈물이 났는지 모르겠다. 비록 벅찬 병원비를 메꾸기 위해 상금을 노린^^* 공모 수기였지만 다른 곳에선 제대로 할 수 없었던 신앙 얘기를 할 수 있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더욱 솔직하고 담담하게 지금까지의 일을 설명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새로이 글을 쓰긴 했지만 예전 글을 참고한 것도 많고, 썼던 표현들이 다시 등장한 것도 사실이라 글의 완성도가 높다고는 말 못하겠다. 그래도 고민 고민해 완성한 소중한 내 글, 무엇보다 엄마가 읽고 기뻐하셨으니 또한 그걸로 만족. 지금도 감사하지만 좋은 소식이 들렸으면 또 정말 감사하겠는데 말입니다…. 헤헤:) (/희망방송 신앙수기/) - * 사족1. 중간 부분의 두 단락은 글을 작성하다 편집할 때의 실수로 내용에서 빠졌던 것. 덕..
<이토록 극적인 순간들> - 어머, 아가씨는 젊은 나이에 왜 이렇게 많이 다쳤어? 교통사고야? - 아... 그게 그러니까요, 낙상이요. 건물 4층에서 떨어졌어요. - 건물? 아니 왜? - 어... 그게. 저는 기억이 잘 안나는데 위경련이었던거 같대요. 그것도 똑바로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었는데, 떨어지다가 한번 다른데 부딪혀서 살았대요. 그래두 처음보다는 되게 많이 괜찮아진거에요. - 아이구 어떡해...나이도 젊은데. 부모님이 많이 걱정하셨겠어. - 네.. 처음엔 진짜 심각했는데. 지금은 옛날보다 많이 좋아져서요. 이제는 걱정 안하세요. 만약 당신이, 평소와 다름없이 자고 일어났는데 갑자기 두 다리가 부러져 있어 걸을 수 없게 된다면 어떨까요. 거기다 턱까지 부서지고 이빨이 나가 밥을 씹을 수조차 없다면? 정말 영화에서나 나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