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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남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오래 월경을 하며 생리 양이 얼마나 많은지 자랑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초경을 한 소년들은 이제야 진짜 남자가 됐다고 좋아할 것이다. 처음으로 월경을 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선물과 종교 의식, 가족들의 축하 행사, 파티들이 마련될 것이다. 지체 높은 정치가들의 생리통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의회는 국립 월경 불순 연구소에 연구비를 지원한다. 의사들은 심장마비보단 생리통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한다. 정부가 생리대를 더 많이 배포한다. 월경 중인 남자들이 스포츠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올림픽에서도 더 많은 메달을 획득한다는 것이 증명된다. 군 장성들, 우파 정치인,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은 "피를 얻기 위해선 피를 바쳐야 한다"며 월경은 남자들만이 전투에 참가해 나라에 봉사하고 신..
꿈의 지도를 그리는 시간 "옛날에 애꾸눈 임금님이 살았어요. 임금님은 죽기 전에 멋있는 초상화를 남기고 싶었죠. 전국에 있는 유명한 화가를 다 불러서 그렸는데 아부를 잘 하는 화가는 눈을 성하게 그리고 정직한 화가는 애꾸눈 그대로 그렸어요. 임금은 눈이 성한 그림은 보기 좋았지만 가짜라서 던져 버렸고, 정직한 화가가 그린 그림은 보기가 싫어 던지면서 불같이 화를 냈죠. 그 때 한 사람이 자기가 그려보겠다고 했답니다. 임금님은 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보고 ‘바로 이거야’라고 소리쳤어요. 그 그림은 성한 눈이 있는 방향의 옆모습을 그린 것이었어요. 인생도 이와 똑같아요. 어느 순간에나 희망과 절망, 불행과 행복,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있어요. 나도 이 사람처럼 최대한 좋은 쪽을 보고 싶어요. 그래서 저를 뽑아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일..
안녕. 2007년 3월 24일 23:25, 일기 인간 관계를 끊는다는 건 얼마나 잔인한 일인가, 이렇게 글로만 써도 피가 철철 흐르는 것 같은데 2007년 3월, 숨겨진 자의와 드러난 타의에 의해서 나는 누군가와 관계를 끊었다 '끊겼다' 이 한마디가 모든 것을 설명한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갖가지 좋았던 기억들을 부여잡고 이것들을 어찌해야하나, 갈곳 몰라하고 있다 이런 일도 사랑해 마지않는 삶의 과정일까, 앞으로도 몇번은 더 당해야 하는가 혹은 내가 할것인가 처음 접하는 일에 어리벙벙하고 조금은 슬프고 피가 멎을 때까지 한동안은 많이 아플것 같다 + 2007.03.25 기차가 사람들을 뱉어내는 동안 그 속에 멈춰서서 우리는 자꾸만 서로에게 칼을 쥐어주는 것만 같았어 왜 자꾸 나를 잔인해지게 하니.. 나는 처음부터..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되면 보이나니 * 인턴 활동 후기를 부탁하시기에 급히 썼던 글. 활동하면서 배운게 많았던지라- 잘 쓰고 싶은 욕심에 생각 또 생각했었지만, 결국 글은 3시간만에 뚝딱 썼었더랬다. 또 그 날이 마침 엄마가 서울구경 오시는 날인거라... 딸이 어찌 사는지 보러오신 엄마는 옆에서 계속 청소하고, 난 츄리닝 입은 추레한 모습으로 후기를 작성했던 기억이 난다. 헤헤, 쨌건에 공감을 만났기에 마지막 대학 생활이 더 훈훈하게 마무리 된것 같다. 아직 돈이 없어 기부는 못하지만;; 취업하면 꼭 찾아갈꺼임! ^_^ (덧. 아래 사진의 저작권은 모두 공감에 있습니다ㅋㅋ) * 2009년 9월 ~ 2010년 2월까지, 아름다운 재단 산하의 비영리단체 '공익변호사그룹 공감'에서 정기인턴 활동 2009년 9월, 당시 교환학생을 마치고 갓 귀국..
견인, 이병률 견인 이병률 올 수 없다 한다 태백산맥 고갯길, 눈발이 거칠어 도저히 불가능 하다는 답신만 되돌아온다 분분한 어둠속, 저리도 눈은 내리고 차는 마비돼 꼼짝도 않는데 재차 견인해줄 수 없다 한다 산 것들을 모조리 끌어다 죽일 것처럼 쏟아붓는 눈과 눈발보다 더 무섭게 내려앉는 저 불길한 예감들을 끌어다 덮으며 당신도 두려운 건 아닌지 옆얼굴 바라볼 수 없다 눈보라를 헤치고 새벽이 되어서야 만항재에 도착한 늙수그레한 견인차 기사 안 그래도 이 자리가 아닌가 싶었다고 한다 기억으로는 삼십년 전 바로 이 자리, 이 고개에 큰길 내면서 수북한 눈더미를 허물어보니 차 안에 남자 여자 끌어안고 죽어 있었다 한다 세상 맨 마지막 고갯길, 폭설처럼 먹먹하던 사랑도 견인되었을 것이다 진종일 잦은 기침을 하던 옆자리의 당신 ..
어민 후계자 함현수 어민 후계자 함현수 함민복 형님 내가 고기 잡는 것도 시로 한번 써보시겨 콤바인 타고 안개 속 달려가 숭어 잡아오는 얘기 재미있지 않으시껴 형님도 내가 태워주지 않았으껴 그러나저러나 그물에 고기가 들지 않아 큰일났시다 조금때 어부네 개새끼 살 빠지듯 해마다 잡히는 고기 수가 쭉쭉 빠지니 정말 큰일났시다 복사꽃 필 때가 숭어는 제철인데 맛 좋고 가격 좋아 상품도 되고······ 옛날에 아버지는 숭어가 많이 잡혀 일꾼 얻어 밤새 지게로 져 날랐다는데 아무 물때나 물이 빠져 그물만 나면 고기가 멍석처럼 많이 잡혀 질 수 있는 데까지 아주, 한 지게 잔뜩 짊어지고 나오다보면 힘이 들어 쉬면서 비늘 벗겨진 놈 먼저 버리고 또 힘이 들면 물 한 모금 마시면서 참숭어만 냉겨놓고 언지, 형님도 가숭어 알지 아느시껴 언..
자화상 2 난수표를 풀어야 나를 읽을 수 있다니 * 2010년 1월 27일, 대학로의 이음아트에서 이 시집을 발견했습니다. '길에서 만난 나무늘보'가 그 제목입니다. 서문에 따르면 김민 시인은 1968년 서울에서 태어나, 동국대를 졸업해 2001년에 등단했다고 하네요. '본질을 보는 눈이 살아있는' 그의 시가 좋아 따로 블로그에 연재하려고 합니다. 총 86편입니다.
따뜻한 슬픔, 조용한 위로 하나님은 정말 살아계실까? 더럽고 추악한 인간들에게 관심이 있을까? 세상은 왜 태어날때부터 불공평할까? 우리는 죽으면 어디로 갈까? 왜 못된 사람들이 더 잘 사는걸까?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하나님은 나를 개인적으로 알고 계실까? 한 인간이 생을 다해 할수 있는, 해야만 하는 일이 있을까? 이런 질문들이 머리에 떠다니던 새해였어요. 그리고 오늘, 평소 교회에서 잘 알고 지내던 K오빠와 만났습니다. 만나면 늘 툭닥툭닥 장난만 쳤지만, 서로 미워하는 척 했지만 실은 누구보다 더 정이가던 오빠. 힘들 때마다 쪽지로 기도를 부탁했던 오빠. 그런 오빠의 부친이 며칠 전 돌아가셨습니다. 암이 재발해서 뇌까지 전이되었다네요. 오후 내내 꿈을 꾸는 기분이었어요. 가족을 잃은 오빠의 슬픔이 얼마나 크고 또 깊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