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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하는 기쁨/나를 엿보다

2010년 마지막 날의 일기



때로는 마음 놓고 펑펑 울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어떤 이들은 나를 보고 왜 이리 많이 다쳤냐고 하고, 어떤 이들은 내가 살아난 것이 기적이라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기억은 커녕 잔상조차, 아무것도 떠올릴 수 없는 그 날 이후로-
탓할 사람도, 탓할 상황도 아무것도 없는데 내가 책임질 일만 남아있다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숨쉬는 것조차 버거웠던 시간을 지나- 의식없이 지내던 중환자실을 거쳐 일반병실에 앉아있는 지금.


신이 앞에 있다면 묻고 싶다.
이건 시련인가요 축복인가요? 제가 다친 건 불행인가요 다행인가요? 하나님은 저를 사랑하시나요 아닌가요? 제가 다친 것에도 무슨 뜻이 있는건가요? 저는 앞으로 무엇을 해야하나요?


현실과 꿈이 뒤섞여 분간할 수 없고 가족과 친구들에게 살려달라며 울며 잠들던 그때
정말로 하루하루가 간절했는데... 진심으로 마음을 다해 살고 싶다 기도했었는데...
시간이 갈수록 불평과 불만, 속울음만 켜켜이 쌓여간다.

왜 하필 나였을까? 나도 저렇게 걷고 싶은데. 다치지만 않았으면 나도 저렇게 하는거 쉬운 일일텐데. 예쁜 옷과 예쁜 구두, 나도 입고 신을 수 있을텐데. 뭔가 크게 잘못한 일도, 벌받을 만한 일도 안하고 산 나였는데... 왜?


내가 살고 싶은 삶은-
내가 되고 싶은 사람은-
내가 지켜주고 싶은 사랑은-


아침에 눈을 뜨면 마주해야하는 버거운 현실과
눈물 그렁그렁하게 만드는 쌔까만 불안 앞에서도

그래도 끝내 포기하지 않고 싶다.
포기하지 않고 끝내 희망하고 싶다.
내 언젠가는, 보란 듯이 걸어서 이 병원을 나가고야 말리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기대어 끝내, 희망하고 끝내, 함께 행복할거야.
그렇게 살아남고 말테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