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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열아, 이놈아, 장하다 내 미운오리새끼… 정신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바쁘게 살아가지만, 오늘만큼은 꼭 포스팅을 해야겠다. 6월 9일, 내일이 바로 이한열 열사의 기일이며 모레는 87년 6.10 항쟁이 25돌을 맞는 날이기 때문이다. 독재 정권을 뒤집고 민주주의를 이끌어낸 6월 항쟁, 그 도화선은 바로 연세대 이한열 열사의 희생이었다. 그는 국민평화대행진(6·10대회)을 하루 앞두고 이 대회에 출정하기 위한 시위를 연세대 앞에서 벌이다가, 경찰의 최루탄에 뒤통수를 맞는다. 그 과정에서 뇌손상을 당한 열사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결국 7월 5일 심폐기능 정지로 사망하고 만다. ▲ 정태원 기자가 찍은 당시 사진. 최루탄에 맞아 쓰러지는 이한열ⓒ 정태원 이한열 스물한 살 여대생, 동갑내기 '이한열'을 만나다 나와 이한열 열사는 알게 모르게 인연이 얽..
월드비전 편지를 번역해봅니다, 아아 그간 조용히 지내온 터라, 신상의 변화도 없고 해서 포스팅은 잘 안하고 있었는데. 오늘 자로 마감해야 하는 월드비전 편지 번역을 새벽내 휘몰아치듯(!) 끝냄과 동시에 KBS 라디오에서 애국가까지 듣고, 거기에 좋아라하는 뮤지션 양양의 '봄봄'의 노래가 흘러나와 주시니 내 이 충동적인 포스팅을 아니할 수 없세라. '그리운 나의 봄이 찾아오면♪ 이제 나는 웃겠구나, 살겠구나, 날겠구나♬' 이천십일년 십이월 이십구일 목요일, 아무도 없는 이 새벽에 혼자 기분 한 번 째져주신다. 씨이이이익. 사실 그간 번역을 하면서 뭔가 '마감' 있다는 게, 그리고 이것도 기부라면 기부인데 약간 '의무적'으로 해야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래서 무의식적으로 자꾸 미뤘던 것도 있을거고. 후원아동들을 직접 보거나 하다못해 ..
순정의 부고 순정 비가 오고 마르는 동안 내 마음에 살이 붙다 마른 등뼈에 살이 붙다 잊어도 살 수 있을까 싶은 조밀한 그 자리에 꿈처럼 살이 붙다 풍경을 벗기면 벗길수록 죄가 솟구치는 자리에 뭔지 모를 것이 끊어져 자리라고 할 수 없는 자리에 그 짐승 같은 시간들을 밀지 못해서 잡지 못해서 살이 붙어 흉이 많다 - 이병률, '순정' 전문, 바람의 사생활, 창비, 2006 꿈을 꾸었다. 한 때는 그렇게 상처였던 사람이 시간과 공간을 지나 어느새 추억으로 곱게 아름답게 미화되고 만다. 그깟 인연 스쳐가면 그만이라고, 잠시나마 사람 사이 연을 쉽게 생각했던 어리고 어리석은 그 무렵 나의 탓이다. 관통하는 모든 인연(因緣)이 흉이든 훈장이든 뭔가를 '남기고야' 만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이것으로 앞으로 다가오..
The bigger picture, or future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조급해 하지 않기에는 내가 너무 젊다는 것도 안다. 그간 상처받은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었으면서도, 아닌척 스스로까지 속이려 했던건 지금의 이 시간들을 더 값진 것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패하고 싶지 않았고 그 누구도 나를 실패자로 봐주지 않았으면 했는데. 알고보니 그런 생각들이 오히려 스스로를 더욱 옥죄고 있었다는걸 이제서야 깨닫는다. 상처를 끌어안고 숨기는 것보다 드러내어 엉엉 우는게 훨씬 더 건강한 방법이라는 것도. 그래. 어떻게 더 노력하지 않아도 지금의 이 시간은 충분한 교훈이 되어 가고 있다.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어쩔 수 없는 사고였지만 그 사고가 내 인생을 바꿨고, 스물 여섯살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 여기에 이르게 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과..
별이 빛나는 밤에, From 'Contact' (Movie, 1997) 2008년 10월 19일 일요일 #1. Executive: We must confess that your proposal seems less like science and more like science fiction. Ellie Arroway: Science fiction. You're right, it's crazy. In fact, it's even worse than that, it's nuts. You wanna hear something really nutty? I heard of a couple guys who wanna build something called an airplane, you know you get people to go in, and fly around like birds,..
시(Poetry), 이창동, 2010 아네스의 노래 그 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여전히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 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
상강을 지나는 어느 모과의 일기 나 자신을 믿어주는 것이 쉽지 않다. 밝은 미래를 그리는 것이 쉽지가 않다. 집에만 있는 시간이 길어지다보니 잡생각은 늘어나고, 꿈을 그려가는 그 길 위, 내가 어디쯤 서 있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생활의 한 90%를 집에서 보내는 것의 장점은 가족과의 유대감이나 친밀감이 깊어진다는 거다. 부모님과 자주 시간을 보내며, 부모님에 대한 이해와 연민이 깊어지면서 자연히 친밀도도 높아졌지만 반대로 할머니와는 오히려 더 충돌하게 되었다. 할머니께선 계속 내게 이런 저런 충고를 하시는데, 그게 걱정에서 비롯됐다는 건 알지만 그걸 반복적으로 듣다보니 결국 잔소리로 들릴 뿐. 더 어려운 점은 당신이 잘 듣질 못하시니 소통이 불가능 하다는 거다. 이런 경우 나는 계속 고개를 주억거리다 수긍해야 한다. 사실 그게 아니에..
사람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 유나 리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얼마 전 쏟아져 내린 장맛비처럼, 수 초 사이 불어나 목까지 차올라버린 빗물처럼, 그렇게 삽시간에 모든 일은 일어났을 것이다. 그렇게 당신은 모든 것을 잃고 혈혈단신, 적의로 가득 차있는 북한 땅에 홀로 남게 되었을 것이다. 백지연의 ‘피플인사이드’ [북한억류 142일간의 기록- 저널리스트 유나 리] 편 처음에 이 방영분을 유심히 본 것은 단순한 흥미에서였다. ‘한국계 여기자’가 ‘북한’에 억류됐었다는 아주 간단한 사실, 그것만으로도 내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언론에 노출되길 꺼려했던 그녀(유나 리)가, 2년 간의 긴 침묵을 깨고 세계 최초로 ‘피플 인사이드’의 인터뷰에 응했다는 것도 신기할 따름이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위태롭게 서 있어야 했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