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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하는 기쁨/나를 엿보다

Growing up surely,



 .... 아니길! 

 무엇이 아름다운지,

 무엇이 가치로운지,
 무엇이 옳은지,
 무엇을 믿는지,
 어떤 꿈을 꾸는지,

 공상만으로도 스스로에게 도취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것들에 대해 말할 뿐인 자신이 자뭇 대견하던 시절이 있었다.
 보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까지가 나의 몫이었고, 
 즐길만 했다.
 현실은 어른들 몫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몫의 현실만을 지고 한 걸음씩 내딛는 일조차 쉽지 않다.
 조금 전까지 소중하게 생각했던 것들마저 거추장스러울 때가 있다.
 어릴 적 가슴팍에 치렁치렁 붙였던 '취향'들은
 땀 몇 방울에도 금새 흉하게 떨어져 나가는 조악한 장식품 같다.
 
 결국 남는 건 몸뚱아리와, 삶에 대한 의지 뿐이다.
 이게 진짜 '나'다.

 진짜 '나'는
 혼자 살자고 배신하는 놈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입으로 나불거릴 줄만 알고, 행동할 줄 모르는 놈이 아니길, 간절히 바란다.
 사랑할 줄 모르는 놈이 아니길, 간절히 간절히 바란다.  

                                                                             - 2003/6/24  이재걸


   





   













    예전에 보고 갈무리해뒀던 조각글인데, 요즘 자꾸 다시 떠올라 찾아봤다.
   대학내일 리포터할 때 담당기자였던 이재걸 기자님. 선한 인상만큼이나 마음도 선하셨던 분.
   글을 읽고 오랫만에 연락해봤더니 역시나 잘 지내고 계신단다.
   뭐랄까, 가끔씩 ''놓치고 싶지 않은' 인연들을 몇 만나는데, 그 중 하나인 분.

   요즘 이 글이 자꾸 떠올랐던 이유는
   '공상만으로도 스스에게 도취되는' 시절일 뿐 아니라
   현실에 놓여진 문제들에 대해 '말할 뿐인 자신이 자못 대견'한 모습이
   바로 현재의 내가 아닌가해서. 아닌게 아니라 실은 섬뜩하게도 똑같아서. 

   철학책을 읽고, 사회 문제에 대해 신나게 토론을 하고, 관심있는 주제를 공부하면서 
   할 수 있는 한 앞으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데- 그러다가도 문득 멈춰서서 엇비슷한 생각을 하곤 한다.
   혹시 나도 입으로 나불거리기만 하고 행동은 하지 않는 그런 사람은 아닐까 슬며시 겁이 나는 것.
   나 혼자 먹고 살자고 남들 밟고 밟고 위로만 올라가는 놈은 아닐까 의심 가는 것.

   오랫만에 펼친 다이어리에는 이런 문구가 써 있었다.
                                                    'You are gowing up slowly but surely.'

   최근 세상의 어두운 면을 많이-난 정말 순진하게 살았다고 생각할만큼-발견하고 있긴 하지만,
   그래도 사람의 힘을 믿는다. 곧 희망의 힘이다. 
   그럼 나도 사람이니까 언젠가는 희망이 될 수 있겠지? 지금은 그 방법을 찾는 과정인거고.
   음, 설득력은 없고 자기최면에 가깝지만ㅎㅎ 어쨌건 그로잉업 (슬로울리 벗) 셜리!

 
ps. 님이 선물해준 MIKA 신곡, 11월 28일 내한한다고. 노래 귀여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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