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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랑하는 기쁨/나를 엿보다

우리는 얼마나 현재를 살고 있을까?

 


 알록 달록한 낙엽이 예뻐서 자주 행복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 행복했고, 또 무언가를 배울 수 있어서 행복했다. 친구와 함께 밤새워 쓴 레포트, 그걸 제 시간에 맞춰 냈을 때의 안도감. 몇 주에 걸쳐 준비한 발표를 성공적으로 끝냈을 때의 충만함. 덧붙여 연인의 손을 잡고 걷는 오후의 행복함이나 알싸한 저녁 공기를 맡을 때 느껴지는 방향없는 그리움- 뭐 이런 작은 것들이 얽혀서 흘러가는 요즘이었다.

 그러다 가끔 우울하고 심심해진다.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이다. 단순히 취업 걱정이라고 하면 자존심 상하니까, 밥벌이에 대한 고민이라고 해둬야겠다. 앞으로 뭘 해먹고 살지, 난 뭘 할때 행복하지, 생존과 자아 사이의 균형은 대체 '어떤 일'을 통해서 맞춰야 하는 걸까, 이런 류의 고민들이다. 흠, 써놓고 보니 또 진부하네.

  저 근거 없는 불안함이나 막연함이 내 소중한 현재를 갉아먹게 놔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장기하처럼 '별일 없이' 사는 것도 현재를 온전하게 살아가는 방법 중 하나일 거다. 근데, 그렇다고 현재만 살아가면 되는 걸까? 하루살이처럼 그날 그날을 살아가는 걸로 만족하면 되는 건가? 이런 질문이 든다는 거지. 

 결국 삶이란 건 개개인이 독립적으로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삶에 불과하다. 그러니까 내가 느끼는 걸 온전히, 똑같이 느낄 수 있는 타인이란 존재할 리 없고, 나 죽으면 다 끝나는 게 삶이 아닌가 싶어. 거기다가 거시적인 '인류'의 입장에서 본다면 나란 존재는 점점, 다시말해 육안으론 확인하기도 어려운 . 일텐데... 여기까지 생각하면 더 복잡해진다. 그래서 어떻게 살고 싶은건데? 

 별일 없이 산다,지만 모든 게 다 별일이다. 현재를 산다,지만 미래도 함께 산다. 대책없는 말장난은 그만하고 수업이나 가야겠다. 오늘 날씨는 먹먹하고 흐림, 내 청춘도 보통은 빛나는데 가끔 이래 흐릿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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