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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행/일상은 아름다워

허우적거리는 삶

 허우적거린다는 것은 의식이 생활에 더 밀착해 있다는 것인가요? 아닙니다. 허우적거린다는 것은 사물을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는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각주:1]


 당신은 똑바로 걷고 있지만, 당신의 그림자는 허우적거려요. 당신의 그림자가 똑바로 걷고 있을 때에는 당신만이 허우적거려요. 당신은 태어나서 허우적거리지 않은 적이 없어요. 당신이 부정할지라도 당신은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우리 모두는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손가락질하던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반듯하게 걸으며 살수 있다면, 그렇다면 우리는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에요. 우리의 허우적거림은, 우리가 사람으로서 아직은 가능성이 있다는 뜻일 테죠. 허우적거리는 것만으로 우리는, 아직은 가능성이 있다는 표현을 하고 있고요.


 허우적거림은 나의 자세를 헝클고 공기를 헝클지만, 나를 넘어지지 않게 하고 공기를 고여 있지 않게 합니다. 이렇게 허우적허우적하는 표현들을 가장 따듯하게 받아주는 우리의 마지막 장소는 어쩌면 시의 장소일 거예요. 그러므로 시의 장소에서는 질서를 꿈꾸지 말아야죠. 허우적거려야죠. 혼돈을 혼돈으로, 불안을 불안으로, 공포를 공포로 말해야죠. 그렇게 해도 되는 마지막 장소니까요.[각주:2]




즐겁게 회의를 하고, 맛있는 저녁을 먹고, 기분좋게 책을 사서 집으로 오는 길. 버스 안에서 이 문장을 읽는데 왜 눈물이 왈칵 하던지. 나와 그림자가 서로 번갈아가며 허우적대는 느낌, 공기를 헝클어뜨리지만 따뜻하게도 만드는 허우적거림, 그런 것들이 뒤엉켜서 왠지 위로받는 느낌이었다. 괜찮아 너 이렇게 살아도 되,하고 말하는 것만 같아서. 


혼돈을 혼돈으로, 불안을 불안으로, 걱정을 걱정으로. '걱정하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찬찬히 그대로 느끼며 지내다 보면 어느샌가 더 괜찮아져있지 않을까. 그렇게 되면 조금 더 평안해져서, 지금처럼 나 혼자만 도닥이기에 급급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도 도닥여줄 수 있지 않을까, 품어줄 수 있지 않을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참으로 그랬으면 좋겠다,하고...

  

이유를 알 수 없는 울먹임과 설명이 쉽지 않은 감정들. 그래도 가끔 이렇게 치유처럼 눈물이 찾아오는 때가, 있다. 그런 때에는 그냥, 자연스레 맞이하고 조용히 흘려보내면 된다.


  1. 김경주, '프리지어를 안고 있는 프랑켄슈타인' 중에서 [본문으로]
  2. 김소연, '시옷의 세계' 중에서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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