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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행/일상은 아름다워

나만 아는 이야기

왜인지 요즘엔 아무 것에도 의욕이 나질 않는다. 대체 그 날 밤 무슨 일이 있었던건지 생각해봐야 기억은 나지 않을 뿐. 어느날 밤엔가 거기 서서 내려봤던 컴컴한 어둠 속으로, 다시 한번 발을 헛디디는 듯한 어지러움 뿐. 딱히 우울하다거나 죽을만큼 절망적이라거나 한 것도 아닌데. 그냥 뭐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된건지 모르겠고 그냥 한없이 돌고 도는 뫼비우스의 띠를 걷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어쩌면 내 삶은 처음부터 이렇게 계획되어 있었던게 아닐까. 사고가 나리란걸 미리 알고 있었다 한들, 아무리 피하려고 했다 한들 결과는 똑같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지금 내 앞에 마주한 상황들이 시간을 타고 나를 어디로 데리고 갈지, 이 일련의 사건들이 무슨 화학적 작용을 일으켜 어떤 그림을 그려내게 될지 아직은 모르겠다. 딱히 알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결과가 긍정적인 것이라면 좋겠지만.

오늘 아침. 상실의 시대를 읽으면서 계속 누군가가 떠올랐다. 별로 친하지도 않은 그 사람이 왜 계속 와타나베와 겹쳐졌는지 모를 일이다. 그가 술김에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다면 상황은 달라졌을까. 싶은데 또 한편으론 별로 달라졌을것 같지도 않을 것 같다. 이렇게 자신 혹은 자신이 아는 사람들, 자신이 겪은 경험과 기억을 재료로 텍스트를 이해할 수 밖에 없으니. 사람은 결국 애초부터 원근으로 향하는 성질을 가진 게 아닌가 싶다. 나만 그럴 수도 있고.

그래도 신기한건 지고 싶지는 않다는 거야. 이상하지.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면서 지고 싶지는 않다니. 너보다 좋지도 않은 환경과 더 나을 것 없는 상황이면서도, 별로 가진 것 없는 밑천으로도 결국 너를 부럽게 만들 자신이 나에게는 있다. 다른 길에 서 있게 된건 우리의 의지로만 된것은 아니었지만, 나는 나의 의지로 너를 버리겠다. 네가 그랬던 것처럼.

수 많은 사람이 머리 속을 스치며 안녕을 고하고 간다. 웃거나 울거나 미소 짓거나 안타깝거나 하는, 제각기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 사람들을 마냥 보고 있는데 왠일인지 그들을 보는 내 표정은 알 수가 없다. 내 표정이 내 얼굴이 어떠한지는 그들만이 알 수 있겠지, 하는데 왜인지 나는 요즘 매사에 별로 의욕이 없고. 상실의 시대를 반쯤 읽었고 노래를 골라 듣고 블로그에 글도 썼는데 오늘은 아직도 오전이니. 하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