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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행/일상은 아름다워

싸이 다이어리에 썼던 일기,



이까짓 다이어리가 뭐라고, 블라블라 하고싶은 말이 참 많았는데 정작 쓰려니 또 망설여진다. 망설여진다,라고 하지 말고 망설여집니다..라고 해볼까 같은 쓸데없는 고민만 드는 지금. 

 

 


참 거짓말같았던 날들이 지나고도 저는 여전히 잘 살아 있습니다.

 

 

잘 살고 있다고 써놓고 보니 과연 잘 사는 것일까, 싶지만. 그래도 잘 살아 있는 것 같아요. 처음엔 하필 왜 나일까,라며 속울음을 삼키던 날도 참으로 많았었지만, 여기저기 살꿰맨 자국을 보면서도 믿어지지 않았었지만. 쉽지 않은 시간들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도움으로 버티고 견뎌 지금은 많이 회복한 상태입니다.

 

더디지만 턱뼈도 잘 붙고 있구요, 잘 움직여지지 않던 왼쪽팔과 왼쪽발목도 이제는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남은 건 오른쪽 다리 수술인데, 가장 크게 다친 부위라 쉽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괜찮아지리라 믿고 있습니다. 어쨌거나 살았잖아요. 헤헤.

 

 

감사한 것은 내 마음이 변화하고 있다는 거예요. 수많은 사람들이 제게 위로를 건넸지만 처음엔 그게.. 그저 가벼운 말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네들은 단지 말 한마디일 뿐이지만 그들이 가고나면 나는, 여기 고대병원에 남아서 홀로, 온몸으로 고통을 참아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렇게 모나고 못났던 마음이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변화하여 지금에 이르렀는지 그 과정을 다 말하기란 어려운 일이지만, 이렇게 밖에 쓸 수 없는 것이 안타까울 정도이지만. 

 

 

하나님의 세밀한 만지심-비록 전 깊은 믿음은 아니었지만-으로, 많은 이들의 눈물과 사랑과 기도로, 하나씩 하나씩 깨달아지고 바뀌어져 이제는 정말로 거의다 괜찮아졌습니다. 마음이 평안해졌다는 이야기지요. 불평과 원망의 마음이 감사와 겸손의 마음으로 점차 바뀌고 있습니다. 왜 내가 이런 사고를 당했는지, 이 모든 일들 속에 숨겨진 뜻이 뭔지, 그걸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면 믿으실까요. 

 

어쨌거나 저는 지금의 제 모습에 감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드디어) 부러진 앞니를 가지고도 크게 웃을 수 있게 되었어요. :)

 

 

앞으로의 날들이 어떻게 펼쳐질지, 어디로 가야할지, 당장 오른 다리 수술은 어떻게 될지, 아직 확실히 정해진 것들은 하나도 없습니다. 내가 스스로 짜놓았던 인생 계획들은 이제 모두 내려놓게 되었지만 그래도, 불평하는 마음보다는 설레임과 기대로 앞을 바라봅니다. 가장 좋은 것으로, 가장 적당한 때에 주께서 주실 것임을 믿기 때문입니다. 아니, 무엇을 받는다기보다는 그분의 BIG 계획 안에, 내가 들어가 있음을 확신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건강하던 스물다섯 아가씨가 어느날 위경련을 일으켜 4층에서 떨어지고, 생사를 넘나들다가 겨우 깨어나지만 사고의 기억은 전혀 하지 못하는, 그야말로 드라마같은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는 것이 인생이지만-

 

 

왜 하필 나였나고 부르짖는 원망에서 하필 나여서 다행이라고 감사하는 모습으로 바뀌는 것도, 그런 이해하기 힘든 일이 일어나는 것도 인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감사할 따름입니다.

 

 

 

싸이에는 왠지 글을 쓰기가 망설여지고, 또 어설픈 말들을 늘어놓기가 좀 그래서 말을 아끼곤 했었지만. 그래도 블로그에는 마음  내킬때마다 글을 쓰고는 했었습니다. 블로그는 http://yoosungae.tistory.com 요기에요. 앞으로는 싸이에도 자주 일기도 쓰고 사진도 올릴게요. 다들, 진심, 보고 싶습니다. 만나지 못해도 건강하고 행복하고, 아프지 않기를 바랍니다. 헤헤.

 

 

 

참으로 거짓말같았던 시간들이 지나고도 저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은 추운 겨울이라 조금 웅크리고 있지만. 따뜻한 봄이 오면 더 활짝 피어나게 될 거예요! :)


 

- 2011년 2월 7일 월요일, 싸이에 쓴 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