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74)
당신이라는 제국, 이병률 당신이라는 제국 - '바람의 사생활' , 이병률 이 계절 몇사람이 온몸으로 헤어졌다고 하여 무덤을 차려야 하는 게 아니듯 한 사람이 한 사람을 찔렀다고 천막을 걷어치우고 끝내자는 것은 아닌데 봄날은 간다 만약 당신이 한 사람인 나를 잊는다 하여 불이 꺼질까 아슬아슬해할 것도, 피의 사발을 비우고 다 말라갈 일만도 아니다 별이 몇 떨어지고 떨어진 별은 순식간에 삭고 그러는 것과 무관하지 못하고 봄날은 간다 상현은 하현에게 담을 넘자고 약속된 방향으로 가자 한다 말을 빼앗고 듣기를 빼앗고 소리를 빼앗으며 온몸을 숙여 하필이면 기억으로 기억으로 봄날은 간다 당신이, 달빛의 여운이 걷히는 사이 흥이 나고 흥이 나 노래를 부르게 되고, 그러다 춤을 추고, 또 결국엔 울게 된다는 술을 마시게 되더라도, 간곡하게 봄..
이해와 소통에 관하여 눈물이 다 났다. 즐거운 사람들속에서 외롭다고 느끼니 더 비참했다. 상대방을 향한 소통의 욕구는 일방적이었으며 그마저도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그래서 마음은 다쳤고 끝내는 닫혀버린 것... 길을 걷는 동안 나는 슬펐다가 화났다가 불쌍해졌다가 결국에는 '됐다,'는 생각을 했더랬다. 이 정도면 됐다. 할 만큼 했다. 혼자 이해하려는 노력같은거 그만 할래. 그냥 스쳐지나가는 인연인 채로 넘어가자. 됐다. 그래, 맞지 않는 사람과 굳이 덜그럭거리며 지낼 필요 있나. 더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 있나. 피할 수 있으면 피하는 편이 낫다. 서로 얼굴 붉힐 바에야 제각기 만들어 놓은 편한 인연들안에서 쉬는게 더 나을 수도 있지. 노력하다 이렇게 거절당하는 느낌이라도 드는 날에는, 가식적인 웃음과 피상적인 대화 속에서 외..
자식아, 나보다 먼저 죽어다오… 노모의 고백 저녁 9시. 학교 도서관 문을 나서는데 비가 내렸다. 대동제 기간인 대학교 안은 축제 분위기로 한창 들떴고, 여기 저기 벌어진 천막 주점에서 학생들은 신나게 술을 마시고 있었다. 그러나 30년 전 오늘, 같은 시각의 광주는 아마도 달랐을 것이다. 5.18 기념재단이 출판한, 광주 민주화 운동 그 후를 담은 책 에서는 확실히 그랬다. 책을 읽으며 나도 함께 울었다. 계엄군에게 성폭행을 당하고에 끝내는 자살로 생을 마친 여고생, 개머리판에 맞아 머리가 깨져 죽은 고등학생, 친척의 병문안을 가다가 영문도 모른채 잡혀간 대학생까지... 광주 민주화 운동의 휴우증은 이제껏 알아온 것보다 훨씬 깊고 고질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이 아프고 아렸다. 당시의 대학생과 지금의 대학생은 사회적인 요구도 위치도 다르겠지만..
30년 전 그날, 광주의 기억 그 날 나가 자전거 끌고잉 출근허고 있었시야 근디 갑재기 어떤 놈이 떡 하니 뒤에 올라 타블더라고. 난 뉘요 혔더니, 고 어린 놈이 같이 좀 갑시다 허잖어. 가잔께 갔재. 가다본께 누가 뒤에서 자꾸 부르는 거 같어. 그랴서 멈췄재. 근디 내 뒤에 고놈이 갑시다 갑시다 그라데. 아까부텀 머리에 피도 안 마른 놈이 어른한티 말을 놓는거이 우째 생겨먹은 놈인가 볼라고 뒤엘 봤시야. 근디 눈물 반 콧물 반 된 고놈 얼굴보담도 저짝에 총구녕이 먼저 뵈데. 총구녕이 점점 가까이와. 아따 지금 생각혀도...... 그땐 참말 오줌 지릴 뻔 했시야. 그때 나가 떤건지 나 옷자락 붙든 고놈이 떤건지 암튼 겁나 떨려불데. 고놈이 목이 다 쇠갔고 갑시다 갑시다 그라는데잉 발이 안떨어져브냐. 총구녕이 날 쿡 찔러. 무슨 관계요..
봄봄, 오늘의 음악 :) 반팔을 입어도 춥지 않은 날씨. 아름다운 것들은 원래 금방 사라지나 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봄이 안타까워, 이 노래를 듣자마자 가슴이 뭉클했다. '양양'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가수. '봄봄'이라는 제목의 편안하고 따듯한 노래. 너무 급하지 않게, 찬찬히 시간을 두고 읽고 싶은 책과 같은...그런 향기있는 삶을 살고 싶다. 이 정도로만 걸어도 괜찮다잖아. 그러니까- 봄아, 흐르지 마라. 좀 더 느리게, 그렇게. 함께 걸으면 안될까. 봄봄, 양양 이렇게 가슴이 일렁이는 걸 보니 이제 곧 봄이 오겠구나 앙상한 나무가 슬퍼보이지 않으니 너는 곧 초록의 옷을 입겠구나 우는 아이 마음에 봄꽃같은 웃음 활짝 피어나고 살랑이는 바람 어깨에 앉으면 바람과 사랑에 빠지겠구나 곧 봄은 오겠구나 나는 이제 웃겠구나 그리운..
취중낙서 친구들과 밤새서 마신 술에 머리가 지끈거린다. 참 많은 말들이 오갔는데 한 80%는 휘발된 것 같은 느낌. 예전엔 사람들이 일이 꼬이거나 막힐 때 '술 마시고 싶다'고 하는게 굉장히 웃기고 지혜롭지 못한 현실도피라고 생각했건만. 어젠 아니었다. 마시고 싶었다. 꽉 막힌 감정의 과잉, 스스로 의식했건 아니건- 술을 마심으로써 거기서 빠져나오고 싶었던거다. 술 마시지 않고는 쏟아낼 수 없는 말들을, 술의 힘을 빌려 건네고 싶었던거다. 그렇다고 뭐 건설적인 얘기가 오간 것은 아니지만 어쨌건 뭐, 성공. 요건 좀 다른 얘긴데. 있는 그대로 행동할 수 없는 내가 되는, 그 장소 그 모임에 가는 것이 꺼려진다. 선배도 후배도 아니고 그냥 있는 그대로의 내가 되고 싶건만. 거기서는 알게모르게 내 고유의 역할을 요구하..
오늘의 낙서 1. 햇살 쏟아지는 마로니에 공원을 가로질러 오면서 흘깃, 하늘을 올려다봤다. 파아란 하늘에 새햐안 구름이 천,천,히 흘러가는게 2007년 7월의 하늘과 비슷하다. 수천번의 낮과 밤이 지나고 수천번의 하늘이 바뀌는 동안, 같은 하늘 아래 서있던 나는 얼마만큼 변했을까. 지금의 나와 그때의 나는 같을까 다를까. 3년전 쯤에도 요즘과 같이 아프고 아름다운 시간이 흘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동안 난 한뼘 만큼은 자랐을까 어떨까. 2. 인간이 태어나서 이룰 수 있는게 얼마만큼인지, 구체적으로 말해 내가 살아가면서 한 '인간'으로써 뭘 이루고 싶은지에 대한 물음이 든다. 당장 눈 앞의 취직이 삶의 목표라면 너무 허무하잖아? 끊임없이 사람들과 스스로를 비교하며 늘 결핍된채로 살아가기엔 젊음이 너무 아깝잖아? 그런..
꿈은 언제고 현실이 될 수 있다, 서진규 "당신의 꿈에 생명을 주십시오, 그러면 당신은 멋진 삶을 얻을 것입니다." (서진규) - 43세 하버드 대학원 이학, 59세 하버드 박사학위 취득, 가발공장 직공에서 하버드 박사가 되기까지 지난해 10월쯤, 그녀의 책을 읽었습니다. '희망의 증거'로 유명한 서진규 씨의 책입니다. 쉽고 빨리 읽히면서도, 삶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그의 '희망'이 마음으로 전해져 따뜻했습니다. 세상은 늘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공존하며 이를 늘 마주하며 살아야 하는 거라면- 저 역시 그녀처럼 밝은 면을 보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에 와 닿았던, 그래서 밑줄 그었던 구절들을 소개합니다. 다시, 꿈꿔야겠습니다. :) (전략) 지난 설 직전에는 국군방송을 통해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했다.“인간은 언제 어디서 태어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