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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함께/영화와 음악과 별과 시

시(Poetry), 이창동, 2010










 










아네스의 노래

그 곳은 어떤가요
얼마나 여전히 적막하나요
저녁이면 노을이 지고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소리 들리나요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 볼 수 있나요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나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작별을 할 시간

이제 어둠이 오면
다시 촛불이 켜질까요

나는 기도합니다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내가 얼마나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내가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당신을 축복합니다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 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