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대와 함께/영화와 음악과 별과 시

(11)
봄봄, 오늘의 음악 :) 반팔을 입어도 춥지 않은 날씨. 아름다운 것들은 원래 금방 사라지나 보다. 빠르게 흘러가는 봄이 안타까워, 이 노래를 듣자마자 가슴이 뭉클했다. '양양'이라는 다소 생소한 이름의 가수. '봄봄'이라는 제목의 편안하고 따듯한 노래. 너무 급하지 않게, 찬찬히 시간을 두고 읽고 싶은 책과 같은...그런 향기있는 삶을 살고 싶다. 이 정도로만 걸어도 괜찮다잖아. 그러니까- 봄아, 흐르지 마라. 좀 더 느리게, 그렇게. 함께 걸으면 안될까. 봄봄, 양양 이렇게 가슴이 일렁이는 걸 보니 이제 곧 봄이 오겠구나 앙상한 나무가 슬퍼보이지 않으니 너는 곧 초록의 옷을 입겠구나 우는 아이 마음에 봄꽃같은 웃음 활짝 피어나고 살랑이는 바람 어깨에 앉으면 바람과 사랑에 빠지겠구나 곧 봄은 오겠구나 나는 이제 웃겠구나 그리운..
견인, 이병률 견인 이병률 올 수 없다 한다 태백산맥 고갯길, 눈발이 거칠어 도저히 불가능 하다는 답신만 되돌아온다 분분한 어둠속, 저리도 눈은 내리고 차는 마비돼 꼼짝도 않는데 재차 견인해줄 수 없다 한다 산 것들을 모조리 끌어다 죽일 것처럼 쏟아붓는 눈과 눈발보다 더 무섭게 내려앉는 저 불길한 예감들을 끌어다 덮으며 당신도 두려운 건 아닌지 옆얼굴 바라볼 수 없다 눈보라를 헤치고 새벽이 되어서야 만항재에 도착한 늙수그레한 견인차 기사 안 그래도 이 자리가 아닌가 싶었다고 한다 기억으로는 삼십년 전 바로 이 자리, 이 고개에 큰길 내면서 수북한 눈더미를 허물어보니 차 안에 남자 여자 끌어안고 죽어 있었다 한다 세상 맨 마지막 고갯길, 폭설처럼 먹먹하던 사랑도 견인되었을 것이다 진종일 잦은 기침을 하던 옆자리의 당신 ..
당신과 내가, '우리'가 숨쉬는 공기- The Air I breathe 한 여자가 있었다. 두 남자를 잃었다. 아버지와 연인, 그 둘을 잃고 세상에 남겨진 여자는 과연 살고 싶었을까.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을 그것도 코 앞에서 목격해야했던 여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갈 수 있었을까. 'Emotion' 인간의 감정이란 대개 유한하며 상시 변하는 것이어서 대체로 환영받지 못한다. 어제의 나만 해도 그랬다. 삼분의 일을 겨우 넘긴 가혹한 과제점수 앞에서는 우울했으나 'Bye Gorgeous,'하고 손 흔드는 버스아저씨 얼굴에 기분이 좋아졌고, 내 일을 자기 일마냥 함께 걱정해주는 폴렛Paulette의 다정한 눈을 보니 스르륵 용기가 났다. 한 입 베어물고 놔두면 금새 변하는 사과의 색깔처럼, 물컵에 물감 한 방울 툭 떨어트릴 때의 그 순간처럼- 감정이란 녀석은 빠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