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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여행/일상은 아름다워

요즘 무슨 생각을 하냐면,


안타깝게도 내 근황을 궁금해하는 이는 매우 적을 것 같지만- (먼산) 그제와 어제와 오늘, 수업과 일상 생활에서 느낀 것들이 너무 많기도 하고 폭 넓기도 해서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 하나 하나 따로 포스팅하기에도 벅찬 이야기들이지만 일단은 적게나마 갈무리해 두어야지. 어떤 문제 상황에 처했을 경우, 이것 자체를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또한 이 상황을 해결한 뒤 그걸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지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실패를 실패로만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그것에서 체득한 경험을 발판삼아 다시 도약할 것인가, 뭐 요런 얘기. :)

강병인씨의 켈리그라피, 좋다


1. 교환학생 학점인정과 관련해 불거진 문제들. 

(2009-1학기) 호주에서의 성적을 한국 성적으로 변환하는 과정에 있어서 문제가 생겼다. 간단하게 얘기하면 우리 학과에서는 A+을 줬는데 교무팀에선 그게 '국내 학생들에 대한 차별이 될수 있다'며 형평성을 들어 A로 내리라고 권고, 학과 조교님은 그걸 받아들였고 나는 '그렇다더라'로 통보받은 식이었다. 그럼에도 어느 한 쪽이 옳다고 말할 수 없는 건, 일단 변환기준이 백분율/변환기준표(국제교류팀이 정한 규칙)로 두 가지여서 교무팀에서는 백분율을 들어 A를 줘야한다고 주장하고 나는 변환기준표와 애초 학과 성적을 들어 왜 굳이 점수를 깎는지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하는- 답나오기 어려운 그런 상황이다.

점수를 무조건 잘 달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솔직히 점수야 오십보백보, A+ 받는다고 취업이 바로 되는 것도 아니고 A가 나쁜 점수도 아니니 상관없다. 다만, 이번 일을 겪으면서 1) 학과에서 이미 심사를 거쳐 넘긴 것을 교무팀에서 왈가왈부할 수 있는가, 그것이 옳은가 2) 이런 일을 진행함에 있어 왜 '교무팀-학과-교수'만의 삼각구도로 얘기가 진행되나. 가장 가까운 이해관계자인 학생은 오히려 배제시키는 탁상행정 아닌가. 3) (좀 확대해서 생각할 때) 제도권 내에서 사회의 부조리와 모순, 관료제의 폐해를 경험할 때 개개인은 어떤 대처를 할 수 있는가. 참고 지나갈 것인가, 귀찮더라도 문제제기할 것인가, 훗날을 기약할건가. 뭐 이런 것들을 고민해 볼수 있었다. 특히 마지막, 제대로 깊게 생각하고 토론해 볼 문제인 것 같다.


2. 20대 세대론에 관하여- 20대만 개새끼야?

스터디 발표를 위해 20대 세대론들을 모아 취합해 보는 시간이 있었다. 88만원 세대, 20대 개새끼론, 어쩌다 세대와 별 상관없는 실크세대론까지...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주제라 선택했던 건데, 내용을 자세히 알고 또 다른 이들과 토론해볼수록 흥미로운 동시에 화가 나기도 한다. 누구 말마따나 동네북이 되어버린 20대,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사회적 구조에 몰아넣고 20대만을 탓하는 건 아닌가? 그렇다고 뭔가 그럴싸한 대안을 제시해주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무엇보다도 20대가 왜 이런 상황에 처했는지, 그 사회/정치/문화적 배경이 뭔지, 과연 20대만의 문제인지, 어떤 식으로 접근해서 어떻게 현실적으로 해결 가능한 방법들이 있는지- 나 스스로도 대안을 고민해볼 필요성이 있다. 어렵긴 해도 의미있는 주제라고 생각. 사람들과 더 토론하고 얘기해봤으면 좋겠다.


3. 때지난 꿀벅지 논란, 성차별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볼 계기

개인적으로 여성들을 옹호하는 페미니스트도 아니고, 그런 쪽으로 생각해본 적도 드물기에 꿀벅지에 관해서는 (기분은 별로지만) 그냥 넘어가자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와 관련된 기사/포스팅/댓글 들을 읽으니 오히려 관심이 생기더라. 요 논쟁에 있어서 '이 모든 것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는 남성들의 문제다'라고 단순화하는 태도는 정말 위험한 일 같다.

남성들의 댓글을 읽으면서, 여성들의 권익을 주장하는 것이 남성들에게는 오히려 역차별로 비춰질 수 있고 더불어 남성들이 받는 성희롱에 대해서는 얘기하기 어려운 사회적 분위기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꿀벅지 논란을 떠나서 개인적으로 '성차별에 대한 남성들의 시각'에 대해 좀 더 이해할 수 있었고, 스스로 여성의 권리를 어디까지 주장해야하는지에 대해 정립해볼 수 있는 시간이라 유익했다. 다음은 꿀벅지, 유이가 괜찮아도 괜찮지 않은 이유 2가지 란 글에서, 꿀벅지 논란에 대한 어떤 분의 주장과 그에 대한 내 댓글. 스스로의 생각도 다시한번 정리해봐야 할 것 같아 내 글만 전문을 옮겨왔다.

- Noname씨의 주장(요약): 꿀벅지 어원이 "꿀을 발라 핥아먹고 싶은 허벅지"라는 건 오바다. 그럼 남자들의 입장에서 '초콜릿복근'은, 성희롱이라는 입장에서는 "초콜릿을 녹여, 발라 핥아먹고 싶은 복근"이라고 주장할 수 있다. 필자는 남자들이 소녀시대를 보면서 욕망을 내뿜는다고 표현했는데 그것도 성희롱 아닌가? 모든 남자들을 변태로 모는건가? ... (중략) 여성부는 있고 남성부는 없는, 국방의 '의무'는 남자가 지고 출산율이 바닥을 치는 나라에서 '여자는 애기를 낳잖아.'라고 말하는 여자들의 평들을 지키기 위한 군가산점을 없애는...초콜릿복근과 짐승아이돌은 허용되고, 섹시여가수라는 말애 대해서는 아무말도 없으면서 '꿀벅지'는 성희롱이 되는...
이런 건 어떻게 설명할 건가?

- jdreamer의 주장(전문) : noname님께서 말씀하신 것도 어떤 맥락인지 이해가 갑니다. 하지만, 보통 초콜릿 복근을 말할 때 '핥아먹는' 것까지 상상하진 않아요. '그런 사람도 있다'거나 혹은 '꿀벅지를 들었을때도 그렇게 생각하진 않는다'라고 주장하신다면 할말은 적어집니다만. 제가 봤을 때 초콜릿 복근은 본래 '형태와 색'에서 비롯된 것이고, 꿀이란 건 찐득하게 흘러내리는, 그런 섹슈얼한 느낌이 들지 않나요? 저도 뭐 페미니스트라거나 그런 거창한 건 전혀 아니지만, 꿀벅지란 말 처음 듣자마자 여자를 굉장히 성적으로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미간이 찌푸려지더라구요. 암튼 이런 면에서 좀 다르지 않나 싶어요.

두번째로, 모든 남자들이 소녀시대를 보면서 욕망을 내뿜는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소녀시대 자체가 남성(혹은 여성도)들의 여성에 대한 판타지랄까 그런 것을 아주 영리하게, 또 드러내놓고 충족시키는 데는 noname님도 동의하실 것 같네요. 순수한 소녀의 이름으로, 몸매도 좋고, '난 너의 지니'니까 소원을 말해보라는 그런...(이에 관해서는 원글 포스팅을 읽어보면 더 자세히 알수 있음)

셋째로, 여성부는 있는데 남성부는 왜 없냐,라고 주장하시는건 약간은 억지가 있다고 봅니다. 그럼, 사회 최하위층을 돕는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있으면서 사회 최상위층을 돕는 제도는 왜 없나요? 기본적으로 제도들은 '약자'나 '소수자'를 돕는데 그 목적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여성부가 만들어지게 된 계기는 역사적/거시적인 관점에서 볼때 남성에 비해 여성들이 약자의 입장에 처해있었고, 그렇다면 '제도적으로 도울 필요가 있다'는 배경에서 나오게 된거라고 봅니다. 국방의 의무를 남자만 져야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논의가 나올수 있고 아직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니까 논외로 하구요. 또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것과 여자로서 출산을 책임지는 것, 그건 좀 차원이 다른 문제 아닐까요? (아, 그렇다고 여자가 애기를 낳아주니까 군대를 안가도 된다는 말은 전혀 아닙니다).

다만, 그로 인해 남성들에 대한 역차별이 생길수 있다는 점 인정합니다. 또한 앞서 얘기하셨듯, 여자들은 성적인 부분/성희롱에 굉장히 민감해하면서 남자들은 그런 부분에 대해 목소리를 낼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라고 생각하구요.

한가지 더 고려하실 부분은, 성적인 욕구에 있어 남성과 여성은 좀 차원이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성폭력'사건의 주범이 여성인 경우 보신 적 있나요? 그렇기에 보통의 논의에서 볼때 여성=피해자라고 생각되기 쉽고, 평범한 보통의 남성들이 좀 억울하게 오해받는 부분이 있는거지요. 이런 건 계속 얘기해서 서로 고쳐야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좋은 댓글 잘 읽었습니다.



......아, 오늘 일찍 자려고 했었는데 결국 또 못했다.... ㅠ_ㅠ 학점 변환때문에 한창 골머리 앓았었지만, 요즘 날씨가 환상적으로 화창했던 덕에 그나마 즐겁게 지냈던 듯. 너무 무겁게도 말고, 너무 가볍지도 않게 살고 싶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스스로 판단하되, 나와 생각이 다른 이와도 신나게 토론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결국 이런 경험도 다, 성장하고 커나가는 과정일테지. 스스로 어떻게 반응하는지, 그 자세와 태도가 중요하다고 본다.

스스로를 믿자. 입만 나불대지 말고 행동하며 살자. 끗.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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