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랑하는 기쁨/나를 엿보다

The bigger picture, or future



조급할 필요가 없다는 걸 안다. 하지만 조급해 하지 않기에는 내가 너무 젊다는 것도 안다. 그간 상처받은 짐승처럼 웅크리고 있었으면서도, 아닌척 스스로까지 속이려 했던건 지금의 이 시간들을 더 값진 것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이다. 실패하고 싶지 않았고 그 누구도 나를 실패자로 봐주지 않았으면 했는데. 알고보니 그런 생각들이 오히려 스스로를 더욱 옥죄고 있었다는걸 이제서야 깨닫는다. 상처를 끌어안고 숨기는 것보다 드러내어 엉엉 우는게 훨씬 더 건강한 방법이라는 것도. 

그래. 어떻게 더 노력하지 않아도 지금의 이 시간은 충분한 교훈이 되어 가고 있다. 누구도 의도하지 않은, 어쩔 수 없는 사고였지만 그 사고가 내 인생을 바꿨고, 스물 여섯살의 나를 만들었고, 지금 여기에 이르게 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과거의 놀라운 일들을 해냈던 내가 나이고, 지금의 웅크리고 있는 나도 나임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때. 받아들일 뿐 아니라 그것과 더불어 화목해질 때. 그때야 비로소 나는, 앞으로 어떤 내가 되어야 할지 어떤 삶을 살아가야 하는지- 명확하게 알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