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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배우며/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삼성과 함께하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업 준비자의 대부분이 우러러보는 삼성, 백혈병 논란에 휩싸이면서도 '또 하나의 가족'이라 광고하는 삼성. 대기업 중의 대기업 삼성SAMSUNG과의 싸움은 다수의 경우 매우 절박하고, 괴롭고, 끈질기다. 말 그대로 괴롭고, 끈질기고, 절박하다. 얼마 전 삼성을 '고발한' 김용철 변호사는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지만, 정작 삼성을 처음으로 '고발했던' 이상호 기자는 기억하는 사람들이 별로 없다. 내가 기자직에 있지 않으면서도 그의 홈페이지를 자주 들리는 이유, 병상에 있지만 이런 글을 포스팅하는 이유. '죽어도 기자'라는 이상호 기자에 대한 신뢰 때문이다. 삼성과 함께하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며...


다음은 유의미하다고 생각되는 관련 글. 아래에 차례로 붙여본다.

1. 《진정으로 삼성을 살리는 길》(김석. 미디어스, 2008년 4월 14일)
2. 《삼성 X파일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변》(이상호. 본인 홈페이지. 2011년 3월 17일)
3. 《X파일유죄, 민주주의 약하기 때문》(이상호. 본인 홈페이지. 2011년 3월 30일)

※ 이상호 기자 홈페이지: http://www.leesangho.com/


덧. 4월 23일 오늘 아침 뉴스에는 '삼성생명의 최대 주주 이건희 회장이 받는 상장사 배당금이, 1000억을 넘으면서 증시 역사를 새로 쓸 만큼이다' 라는 보도가 있었다. 돈 많아서 좋겠다.



▲ 한겨레 4월14일자 5면



1. 《진정으로 삼성을 살리는 길》(김석. 미디어스, 2008년 4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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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6년 8월 11일, 안기부 X파일 보도로 법정에 선 MBC 이상호 기자는 판사의 주문을 들으며 그동안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무죄였다. 당시 방청석에 앉아 있던 나는 그 순간 이상호 기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어깨가 들썩이고 있었다. 나 역시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혼자 힘으로 두 어깨에 짊어져야 했던 그 짐이 얼마나 무거웠을까 생각하니 코끝이 시큰해졌다.

1심 재판이 끝난 뒤 법원 입구에서 열린 시민사회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이상호 기자는 이런 취지의 말을 했다. “저는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삼성을 누구보다 사랑합니다. 삼성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가슴 깊이 존경합니다. 제가 미워하는 것은 삼성도, 삼성의 임직원들도 아닙니다. 저는 삼성을 이렇게 만든 총수와 경영진을 비판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 삼성이 가장 영향력 있다는 언론 가문, 이른바 ‘조중동’ 총수 일가와 이중삼중의 혼맥(婚脈)으로 끈끈한 유착관계를 다져온 것은 유명하다. (삼성 이건희 회장과 중앙일보 홍진기 회장의 딸 홍라희 씨의 결혼을 시작으로 삼성과 조중동의 복잡한 혼맥은 현대, LG를 돌고 돌아 조선일보로 연결된다.) 비판은 무력화되고, 언론은 필경 ‘위기설’을 흘린다. 저자의 비판에는 날이 서 있다. “간혹 특정한 한 인물의 존재 여부에 따라 기업의 사활이 결정되고 나라의 흥망이 좌우되는 것처럼 논조를 펴는 언론인들이 있다. 그들의 배경에 무엇이 있는지는 보지 않아도 알 일이다.(저서 중)”

따라서 삼성의 문제는 비단 삼성이라는 한 기업의 문제가 아니게 되는 것이다. 사실 지겨울 정도로 들어온 얘기다. 저자의 말대로 정경유착과 불법, 편법을 넘나드는 부의 세습, 독과점과 문어발식 기업 확장, 임금구조의 왜곡, 언론 가문과의 혼맥 등을 통해 잘 정비된 ‘블랙홀 시스템’은 삼성을 비판하고 견제해야 할 주체들까지 한통속으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삼성 왕국’ 건설에 너도나도 동참하게 만들었다. 수많은 방패막이에 둘러싸인 이런 비정상적인 조직에 민주주의가 끼어들 여지는 없다.

… 유한양행의 창립자 고(故) 유일한 회장도 이런 말을 남겼다. “기업은 개인의 것이 아니고 사회의 것이다. 기업에서 얻은 이익은 그 기업을 키워준 사회에 환원하여야 한다. 기업의 소유주는 사회다. 단지 그 관리를 개인이 할 뿐이다. 기업은 사회의 이익 증진을 위해서 존재하는 기구다.” 그렇다면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국내 굴지의 재벌총수들은 어떤가. 저자는 묻고 있다. “그들에게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바라는 건 정말 과욕일까?”

- 원문 [진정으로 삼성을 살리는 길/김석의 미디어 책읽기(원본 링크), 미디어스, 2008년 4월]


2. 《삼성 X파일의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변》(이상호)
 
삼성X파일, 대법원 판결에 대한 변
번호 작성자 이상호 작성일 2011/03/17 03:33 조회 3610

대기업 오너 일가가 뇌물로 제 맘에 드는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세우고, 검찰과 언론을 조종합니다. 지난 2005년 7월, 그 실상을 담고 있는 ‘삼성 X파일’을 천신만고 끝에 보도한 바 있습니다.

이후 7년만인 오늘, 대법원은 보도 내용이 국민 이익과 무관하고 별관심도 없는 것이었다며 취재기자에게 유죄를 선고했습니다. X파일에 드러난 쿠데타적 범죄 행위에는 눈길 조차 주지 않고, 다만 이를 보도한 ‘대한민국 언론 모두가 유죄’라던 2심 재판부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삼성 X파일에 보면 검찰은 수뇌부부터 중간 간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수가 삼성으로부터 정기적으로 뇌물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와 있습니다. 그런 검찰이 수사하고 기소한 재판이라 처음부터 별 의미를 두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사법부까지 기소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국민의 알권리를 짓밟은 오늘 판결은, 21세기 초 한반도에 민주공화국이 아닌 이건희 왕조가 있었음을 기록하는 사초로 남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형벌은 교육적 효과를 담보해야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저는 똑같은 상황이 와도 순간의 망설임 없이 ‘삼성 X파일’을 보도할 것입니다. 국민의 알권리와 민주주의를 위해, 7년이든 70년이든 얼마든지 고행을 감수할 겁니다. 지금은 비록 소수지만 더 많은 기자들이 검찰과 사법부를 비웃으며 국민의 알권리를 실현할 것입니다.  

정치권력에서 자본권력으로 통치 주체가 이동한 오늘, 대한민국 언론이 감시해야 할 최우선 대상이 바로 자본권력의 정점에 있는 삼성 이건희 일가임을 확신하기 때문입니다.


3. 《X파일유죄, 민주주의 약하기 때문》(이상호)

"X파일 유죄, 민주주의 약하기 때문"
번호 작성자 이상호 작성일 2011/03/30 04:43 조회 2541

"삼성 X파일 유죄판결은 한국민주주의 약하기 때문"
- 이홍훈 대법관, 미 UC 버클리 법대 특강서 밝혀

당초 취재할 생각이 없었다. 5월에 은퇴를 앞둔 한국의 대법관이 이곳 버클리를 방문해 특강을 한다기에 예의상 들러볼 심산이었다. 그가 삼성X파일 재판에 무죄취지로 의견을 냈던 5인 대법관 중 한명인, 이홍훈 대법관이라기에 감사의 인사라도 깍듯이 올리고 싶었을 뿐이었다.

강연장에는 60명 가량의 각국 법학자들과 연구자들로 가득했다. 이날(3/29) 강연 제목은 <역동적 현대 한국과 대법원>. 그런데 배포된 강연 원고를 보니 이게 왠일인가? ‘한국사회의 도덕적 딜레마’를 설명하는 주된 판례로 ‘삼성X파일’ 사건이 거론돼 있었다.    

이 대법관은 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라 언론자유도 신장됐지만 개인의 통신자유가 침해될 위험도 커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삼성X파일 재판에서 한국의 대법원은 공익에 입각한 언론자유 보다 개인의 사생활을 중시하는 판결을 내렸다고 소개했다. 이어지는 설명을 통해, 무죄 의견에 참여한 그의 소신을 간접적으로 헤아려볼 수 있었다.

그는 “공익이란 나라와 시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며, 보호될 수 있는 사생활의 범위와 영역 또한 변화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의견이나 가치 기준에 따라 공익이든 사생활이든 서로 다른 가치를 강조하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의 삼성X파일 판결은 2011년 3월에 이뤄진 한시적이며 상대적인 결정일 뿐, 영구불변한 절대적 판결이 아님을 명백히 한 것으로 보였다. 그렇다면 이건 삼성X파일 판결로 움추려든 대한민국의 언론인들에게 두려움과 자기검열로부터 벗어날 것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아니던가.  

좀 더 직접적인 입장이 듣고 싶어졌다. 이 대법관 스스로 삼성X파일 사례를 밝힌 만큼, 강연 직후 나는 용기를 내어 질문을 던졌다.

“저는 삼성X파일 사건의 피고인 mbc 이상호 기자입니다.”

장내가 술렁였다. 참석자들은 이채로운 상황에 관심을 보이며 모두들 귀를 기울였다. 이 대법관에 대한 존경을 표한 뒤, 질문을 이어나갔다.

“대법원은 삼성X파일 보도에 정당성이 부족하다면서, 그 이유인즉 ‘뇌물이 실제 전달되지 않고 단지 모의됐을 뿐’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테입을 들어보면 이학수-홍석현 두 사람은 돈을 줬음을 되풀이해서 확인하고 있습니다. 대법원이 중대한 사실관계를 오인한 것은 아닌지요? 설사 그렇더라도 유죄 판단에 영향을 미칠 만한 사유는 아니라고 보시는지 궁금합니다.”

이 대법관은 뜻하지 않은 질문에 당황하는 기색을 보이다가, 이내 능숙한 농담으로 답변을 시작했다.

“다수 의견에 가담했으면 제 입장이 어려웠겠군요. (장내 웃음) 이번 재판의 쟁점은 사실 관계 보다는, 개인의 통신비밀보호의 범위와 한계 또 보도시 충돌의 문제의 한계가 쟁점이었습니다. 그 결과 공익성 여부를 판단하는데 있어 논란이 제기된 것도 사실입니다. 대법관들이 깊이 있게 고려하고 토론했고, 의사결정 과정에 국민정서도 감안했습니다. 다만 판결을 둘러싼 가치도 국민정서와 함께 변해가고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워낙 예민한 사안이다 보니, 노대법관은 극도로 말을 아꼈다. 그리고는 잠시 뒤 뭔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는지, 작심한듯 이렇게 덧붙였다.

“제 개인적으로 소수의견에 가담한 이유는, 민주주의 발전과정에서 언론의 역할이 중요한데, 언론보도를 하는 과정에서 취재 자체에 불법성이 없다면 보도를 제한하는 것은 민주주의 발전에 저해적인 요소가 되겠다. 미국(대법원)이 그런(언론자유)쪽으로 방향을 설정한 것도 미국의 가치인 민주주의와 법치의 발전을 중시한 때문이라고 할 것인데, 우리 사회는 아직 그만큼 민주주의에 대한 추구와 이념이 약한 때문이 아니냐고 봅니다. 아무래도 사회질서나 분단된 상황의 영향이 크지 않을까 싶습니다.”

강연이 끝났다. 복도에 나와 순서를 기다려 인사를 드렸다. 차라도 한잔 모시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으나, 이 대법관은 바쁜 걸음으로 어딘가를 향해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