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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배우며/꿈의 지도를 그리다

제주문화방송 시험을 보고 왔습니다.


2010년 제주 MBC 기자/방송기술 전형 과정

10/23(토) 1차 필기시험(논술, 기사작성)
10/25(월) 2차 면접 및 카메라테스트
10/25~26(월,화) 3차 합숙 면접, 집단 토론
 (여기서 탈락)
10/27(수) 최종면접


**** 다음은 전형과정을 거치면서 느꼈던 것들. 기록해 놓고 싶었던 것들.


>>> 23일

- 택시를 타고 제주중학교로 갔다. 96명 정도의 수험자가 있었지만 결시생을 포함하면 한 90명 정도가 아니었을까. 긴장된 마음으로 반에 들어섰다. 기자는 총 3개 반에 나뉘어 시험을 봤다.

- 논술, 기사작성

1. 논술
논술과 기사작성이 합쳐 2시간 주어졌다. 논술 주제를 예상하기가 어려웠는데, 펼쳐보니 역시 제주도와 관련된 논제가 나와있었다. 논제1은 현재 논란중인 '감귤 1번과 상품화 논쟁'이었고 논제2는 '호남-제주간 해저고속철도 사업'에 대한 것이었다. 각자, 제시문에 주어진 진행상황을 읽고 1) 찬성인지 반대인지를 명확히 밝힌뒤 2) 관련된 예시 또는 방안을 들어 자신의 주장을 논하라는게 요구사항이었다.

* 감귤 1번과 상품화 논쟁은, 제주M 뉴스를 읽다가 한번 본 주제였다. 제대로는 알지 못했지만 어쨌든 '이익보다 원칙'을 중요시하는게 더 낫다는 식으로 논술을 전개했다.

1. 영국 옥스퍼드 대학의 흥미로운 실험결과. 인내심있는 아이들이 더욱 성공하더라.
2. 이처럼 눈앞의 이익보다 더 큰 성과를 위해 기다려야 할 때가 있다. 감귤 논란도 마찬가지다. (반대)
3. 특히나 감귤 상품은 '신뢰'와 직결돼 있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질좋은 상품만을 내놓는다는 내부의 신뢰, 믿고 살수 있다는 외부의 신뢰. 가격과 달리 소비자의 신뢰는 떨어지면 되찾기 힘들다.
4. 호시우보란 사자성어가 있다. 호랑이는 작은 이익을 위해 제 힘을 낭비하지 않는다. 이처럼 우직한 소의 걸음으로, 소비자들의 신뢰를 지킬 수 있는 방안으로 가려면 상품화를 불허하는 것이 현명하다.

* 호남-제주간 해저고속철도
에 관한 논제는 전혀 들어보지 못한 논제였다. 나중에 다른 지원자들과 얘길 해보니 한국-일본간 해저철도랑 연결돼 나온게 아니냐는 해석이었다. 어쨌든 논제를 가지고 논술을 써야했기에, 당일 아침 TV에서 봤던 제주도 신성장동력과 연결을 시켜 써내려갔다.

1. 1960년대 이후 제주는 감귤농업으로 비교적 윤택하게 성장해왔지만, 이제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때다.
2. 이런 시점에서 국토해양부가 제안한 고속철도사업은 기회가 아닐 수 없다. 특히 제주가 신성장동력으로 주목하고 있는 MICE산업과도 연결시킬 수 있어, 이는 제주도가 또한번 비약하는 계기가 될 것. (찬성)
3. 물론 올해 제주도가 유네스코가 인증한 세계지질공원등 3관왕을 달성한 만큼 환경 보호에 힘써야 하는게 맞다. 고속철도는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내에서 진행해야 하며, 이는 곧 진행될 타당성 조사로 판가름날 것이다.
4. 세계지질공원 또한, 자연의 보전 뿐 아니라 활용에도 역점을 두고 있는 등 요즘의 추세는 자연을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닌 직접 체험하는 것에 있다. 해저고속철도는 '자연이 살아 숨쉬는 제주'를 국내, 국제로 알리는 다리가 되어줄 것이다.

>>> 24일

- 필기 결과는 24일 오후 6시 예정이었지만 당일 2시쯤 나왔다. 합격이었다. 인사팀에서 전화해 카메라테스트를 할테니 정장을 준비하라고 말해줬다.

- 여행을 가다 말고 숙소로 다시 돌아왔지만,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해 일단 제주M 기자의 기사를 읽고 따라 읽어봤다. 녹음을 해서 들어보니 목소리에 자신이 없고, 일단 톤도 불분명한 것 같다. 좀더 노력하면 나아지겠지. 응원해준 사람들과, 떨어진 사람들에게 미안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  9시 반부터 카테가 진행되니. 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게 좋을 것 같다. 11시쯤 자서 6시에 일어나면 될까. 적당히 배고프게 하고, 펜을 입에 물고 계속 발음 연습을 하는 게 좋겠다. 쉽지 않겠지만 잘 해낼 것이다.

- 카메라테스트 후에는 다대일 면접이 있을 예정이다. 자소서와 관련한 질문들을 준비하는 게 좋겠지. 더불어 시사 현안에 대한 질문도 준비하는 게 좋겠다. 모르는 질문에 대한 대답도 생각해 놓는게 필요하다.

- 면접 후에 있을 집단토론도. 어떤 주제가 나올지, 그 주제에 대한 나의 견해(찬반)와 그 이유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최선을 다해보자....

오늘 해야 할 것.
1. 나올만한 카테 주제 - 특히 숫자나 어려운 발음 체크. 연습하기. 통계관련 기사.
2. 나올만한 질문 생각 - 자소서 관련 문제와 답변. 당황스러울때의 대처 방법.
3. 나올만한 질문 예상 - 시사현안 문제. 오리스의 최근 시사를 훑어볼 것.

till it's over it's not over. 끝까지 마음을 다해 준비하면, 그토록 기다리던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믿는다.

>>> 25일

-
오전에는 카메라 테스트, 오후에는 면접이 있었다. 오전에는 수험 번호 순으로 카메라테스트가 진행됐다. 나는 번호순으로 중간이었는데 결시생이 있었는지 좀 일찍 보게됐다.

- 카메라테스트. 주어진 원고는 4개 정도, 들어가기전 한 15분 정도 원고를 연습할 기회가 있었다. 방 안에 같은 지원자들 4,5명이 함께 모여 제각기 연습을 했는데 성량이나 발음 등 여러 면에서 차이가 났다. 평소에 연습을 해두는 게 확실히 나은 것 같다.

- 긴장한 상태에서 마음을 굳게 먹고 들어갔다. 주어진 원고 중에서 2개를 지정해 읽게 했다. 앞에는 카메라가 두 대, 심사위원은 한 다섯 명 정도 앉아 있었던 것 같다. 주어진 원고를 다 읽자 이번엔 자리를 바꿔 서서 리딩을 하게 했다. 그런데 여기가 제일 난관이었다.

- 심사위원 중 한분이 '돌발상황 리포트'를 하라고 시켰다. 7호 태풍 곤파스가 상륙한 것에 대한 현장 중계를 직접 하는 방식이었다. 1) 제주에 곤파스가 상륙했다 2) 그로 인해 모든 항공기와 선박들이 결항됐다 등 정보를 몇 개 제시한 뒤 '000기자 나와주세요'라고 던지는 식이었다. 여기서 많이 당황한게 화근이었다.

- 말을 띄엄띄엄 하긴 했지만 제대로 하진 못했다. 평소에 이런 현장 보도를 보긴 했어도, 직접 내가 하는 것이라 생각해 본적이 없어 그 상황에서 쓰이는 단어나, 혹은 어떤 상황/어떤 이야기를 보도하는지 잘 몰랐던 탓이었다. 몇 마디 못하고 어찌해야 할지 몰라 심사위원을 쳐다보니 한 여자분이 미간을 찌푸린채 쳐다보고 있었다. 여기에 쫄아서 더 당황해버렸다. '끝났습니까?'라는 말에 제대로 대답도 못하고 내려왔다.

- '펜도 들고 갔었는데 거기서 메모를 하고 생각을 정리할걸. 심사위원에게 한번더 정보를 물어볼 걸.' 여러가지 생각들이 머리를 스쳤다. 여기에 오기까지 참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줬는데. 정말 잘하고 싶었는데. 지나간 순간을 어찌할 수 없는 일이니 스스로가 한심하기만 했다. 울고 싶었지만 그래도, 완전히 끝날때까지는 울지 말자고 마음을 다잡았다.

- 점심을 먹고 다대일 면접에 들어갔다. 대기 시간이 길어 자칫 느슨해 질 수 있는 시간이었지만, 준비해온 자료와 자소서를 보며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준비했다. 먼저 면접 보고 나온 사람들의 말에도 귀를 기울였다. 수험번호가 중간이다 보니 오히려 기다리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지고 자신감이 붙었다. 의외의 소득이었다.

- 면접 시간은 7분 정도로 끝났다. 너무 짧은 시간이라 이미 예정된 합격자가 있는건 아닌지 불안했지만. 그래도 끝까지 최선을 다하자고 맘먹었다. 1차에서 30명을 붙였고 2차에서는 10명. 대상을 3명으로 놓고 그 중에서만 잘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 면접 질문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1) 제주M에 지원한 이유는 2) 제주M에서 취재하고 싶은 것 3) 대학에서 '맑스의 이해'를 들었는데 왜 들었나 4) (100년전 사람이 아직도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한 관심이라고 하자) 들었더니 어떤가. 실제로 적용할 만한 이론이던가?  5) 아침 몇시에 일어나나? 학교 다닐때는? 6) 평소 운동은 무얼 하나? (등산이라 답하자) 아니 그거 말고 주4일 이상 하는 운동은 7) 아침형인간/올빼미형인간 중 누가 더 사회에 적합한 유형이라 생각하나? 8) 더 할말 없나.

- 준비해갔던 말, 꼭 해야겠다고 생각했던 말은 다 하고 나왔다. 오전 카테에서 망친 기억이 떠올라 괴로웠지만 그건 다들 똑같이 망쳤을거라 위로하며 면접장을 나왔다.

-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잠깐 쉬다가, 발표 시각을 놓쳐 전화하니 제주M 사옥으로 오란다. 그래서 가서 확인했다. 떨어지면 같이 간 선배와 고기국수를 먹으려 했는데, 표를 확인하니 10명 안에 내 수험번호가 있었다.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감사했다.

>>> 25-26일

- 저녁을 먹고 한라산 중턱에 있는 '꿈에그린'이라는 펜션으로 갔다. 기자직 10명과 방송기술 10명, 각각 다른 방 거실에 모여 토론을 시작했다. 토론 주제는 1) 4대강 사업에 관한 견해 2) 제주 관광에 대한 폭넓은 토론 , 그리고 3) 팔없는 진행자가 어린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에 대한 견해 (이건 채점에는 들어가지 않는다고 했지만)에 대해 토론이 펼쳐졌다. 토론이 끝나고 보니 거의 3시간 정도가 지나있었다.

- 어떤 찬/반을 지지하는 게 중요하다기 보다는,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논리적인지를 보는 과정이었다. 열린 토론을 하다보니 토론 주제와는 다른 쪽으로 빠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어쨌든 모두 토론에 열심이었고, 나 또한 내 생각을 말하는 것은 물론 다른 토론자에게 질문도 하는 등 열의를 보였다. 거실에 둥그렇게 앉아 진행되는 과정이라 자칫 마음이 풀어질 수도 있었지만, 이것도 시험 전형중 의 하나임을 상기하며 계속 긴장하려고 노력했다.

- 첫번째 주제에 대한 토론을 마친뒤 10분정도 쉬는 시간을 가졌다. 화장실에 다녀와 친구와 통화를 했다. 내 모습과 내 생각을 충분히 자신감있게 보여줬다고 생각했다. 자신있었지만 자만하지는 않도록 조심하자며 두번째 주제의 토론을 시작했다. 제주 관광. 비제주인이라 조심스러웠지만 아는 것들을 자연스럽게 말하려 노력했다.

- 각기 주제가 끝난 뒤에는, 한명씩 돌아가며 1) 4대강 사업 반대 측에서 환경문제를 이야기하는데. 본인이 생각하는 반대측의 가장 큰 이유는 뭐라고 생각하나. 2) 자소서를 보니 해외를 많이들 다녀왔는데. 그와 비교해 제주 관광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뭐라고 생각하나. 를 얘기하도록 했다. 다들 쟁쟁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국장이라는 사람은, 나와 어떤 지원자에게 핸드폰에 몇명의 연락처가 있는지 물었다. 상대는 300명, 나는 500명 정도라고 얘기했다. 예감이 좋았다.

- 토론이 끝난 뒤에는 편하게 술자리를 가졌다. 심사위원들이 돌아가서 더욱 편하게, 지원자들끼리 친해지는 시간을 가졌다. 방송기술 분들과도 함께 술을 마셨다. 술자리가 새벽 네시까지 이어졌다.

>>> 26일

-
아침을 먹고. 기자직 응시자들은 방송국으로 돌아왔고, 방송기술직은 한라산에 올라갔다. 1층 로비에 모여있는 우리들에게, 임원으로 보이는 분이 다가오셔서 오늘 12시쯤에 연락을 주겠다 말씀하셨다. 약간의 의심은 있었지만 그래도 4명 안에는 들어갈 수 있을 거란 믿음이 있었다.

- 다른 지원자들과 함께 카페에 있다가, 발표가 날 즈음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와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전화가 울리길래, 긴장한 채로 얼떨결에 전화를 받으니 제주MBC란다. 죄송하지만 인연이 아닌것 같네요,라는 상대방의 말에 멍해져서는 그만 '네...알겠습니다.'하고 전화를 끊었다. 이게 아닌데...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분명히 될거란 확신이 있었는데 떨어졌다니. 납득이 가질 않았다.

- 공황 상태에 빠져 일단 잠을 자려고 했지만 잠이 안왔다. 다시 전화해서 물어보니 떨어진 이유는 말해주기 어렵단다. 다만 나중에 전화하면 어디서 낮은 점수를 받았는지 말해주겠단다. 억울하고 분했다. 눈이 아프도록 울다 자다, 아픈 마음을 주체할 수가 없어 바깥을 싸돌아다녔다. 김영갑 갤러리에 다녀왔다. 성시경/아이유의 '그대네요'를 한 70번은 들은 것 같다.

>>> 27일

- 떨어진 것을 받아들이고 아침 비행기로 서울로 다시 올라왔다. 정말로 간절했고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가 NO라니 더욱 씁쓸했지만. 떨어진 것도 어쩔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마음을 추스리며 남자친구와 영화를 보고 밀크티를 마셨다.

- 전날만 해도 정말 억울하고 결과가 이해가 안되서 감정이 북받쳤는데, 신기하게도 하루가 지나니 놀랄 만큼 마음이 평온하고 잔잔했다. 이해할 수 없는 감정 변화에 스스로도 놀랐다. 인턴 2명이 최종으로 뽑혔다고 들었다. 부럽고도 분했다.


*** 정말 길고도 꽉 차게 느껴졌던 4박 5일이었다. 간절히 바랐으나 열매가 맺어지지 않아 아쉽다. 모든 걸 던졌던 만큼 후회는 없지만, 다만 응원해준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 뿐이다. 반추는 이쯤으로 마치고, 다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어디서 살고 어디서 공부하고, 무엇으로 생계를 이어갈지 고민해야 할 시간. 그러니 다시... 힘을, 내야겠다.


bgm. 성시경 - 그대네요 
(Duet with 아이유 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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