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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배우며/꿈의 지도를 그리다

꿈의 지도를 그리는 시간


"옛날에 애꾸눈 임금님이 살았어요. 임금님은 죽기 전에 멋있는 초상화를 남기고 싶었죠.
전국에 있는 유명한 화가를 다 불러서 그렸는데 아부를 잘 하는 화가는 눈을 성하게 그리고
정직한 화가는 애꾸눈 그대로 그렸어요. 임금은 눈이 성한 그림은 보기 좋았지만 가짜라서 던져 버렸고,
정직한 화가가 그린 그림은 보기가 싫어 던지면서 불같이 화를 냈죠.
그 때 한 사람이 자기가 그려보겠다고 했답니다. 임금님은 그 사람이 그린 그림을 보고 ‘바로 이거야’라고 소리쳤어요. 그 그림은 성한 눈이 있는 방향의 옆모습을 그린 것이었어요.
인생도 이와 똑같아요. 어느 순간에나 희망과 절망, 불행과 행복, 기쁨과 슬픔이 함께 있어요.
나도 이 사람처럼 최대한 좋은 쪽을 보고 싶어요. 그래서 저를 뽑아 주신다면 최선을 다해 일할 것이고
설령 저를 떨어뜨린다 해도 귀사의 번영을 빌겠습니다
.”
- 카피라이터 최윤희



쓰면서 끄덕끄덕했다. 오늘 오후 3시, 지난 토요일에 봤던 강릉 MBC 1차 발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이 멋진사람처럼 떨어져도 그로부터 배우고, 혹시 붙으면 기회를 절대 놓치지 말아야지하며 다짐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번시험 후기를 쓰고나서 확인하려고 했는데... 쓰고 있는 도중에 날아온 문자 하나. '1차 전형 합격을 축하드립니다. 홈페이지를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꺄!!!!! :D

어제야 비로소 벼락처럼 깨달았다. 내가 어디에 있고,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스물 다섯 백수, 하려면 뭐든 할 수 있는 나이지만 또 한편으론 하루하루가 캄캄한 어둠 속을 걷는 것과도 같다. 당장 내일이, 다음 주가 어떨지 모르는 그런 불확실한 현재를 걷고 있는 상황. 그럼에도 이제껏 큰 걱정없이 지내올 수 있었던건 오히려 내가 놓인 현실을 외면해서는 아니었을까. 미래를 위해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 그 자체로 자위하며 지낸건 아니었을까. 그렇게 생각했다. 

꿈의 지도를 그리는 시간이라고 믿는다. 지금 배우고 느끼고 흡수하는 모든 것들이, 내 곁을 스치는 작은 봄바람 하나도, 보이든 보이지 않게든 앞으로의 삶에 영향을 미치리라고 믿는다. 그러니까 세상의 끝에 끝에 다다르더라도 스스로에 대한 믿음을 잃지 말아야지. 어...(쓰다보니 일기가 되었네) 쨌건, DB구축도 할겸, 저번주 토요일에 본 강릉 MBC 필기 시험을 정리해봐야겠다.


2010년 강릉MBC 수습기자 공개 채용 1차 전형
1. 일 시 : 2010. 4. 3.(토), 09:30
2. 장 소 : 강릉원주대학교 강릉캠퍼스 사회과학대학
3. 1차 전형 과목 및 시간
   가. 국 어 : 09:30~10:20
   나. 종합교양 : 10:30~11:20
   다. 인성검사 : 11:30~12:00
   라. 중 식 : 12:00~12:50
   (장소 : 학생회관내 학생 1식당)
   마. 논 술 : 13:00~14:00
   바. 카메라테스트 : 14:20~16:20


1,2교시가 국어와 종합교양이었다. 각기 40문제로 '상식' 시험인데, 시험장에 가자 감독관님께서 중간에 쉬는 시간 없이 1교시와 2교시를 함께 본다고 하셨다. 수험생들에겐 10분이 더 생기는 셈이니 차라리 나았다. 국어문제는 복원하기도 맞춰보기도 힘든 유형의 것이라 기억은 제대로 안나지만,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이라 그런지 이에 관련된 문제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YTN 필기가 무척;어려웠던 탓인지 이번엔 그다지 어렵지 않았다.

종합교양은 아무래도 운이 좋았던 것 같다. 집에 오는 버스에서 머리를 쥐어짜내며 40문제 중 39문제를 복원했는데- 집에 와서 맞춰보니 찍은 것이 많이 맞았다. 아무래도 시사적인 문제가 많이 나왔던 것 같다. 내가 제일 취약했던 부분은 국회, 정권, 정부기구와 관련된 문제...ㅠ_ㅠ 그래도 이때까진, 저번 YTN에 비하면 풀 수 있는 문제가 많았기에 '오, 이거 해볼만 한데'라고 생각하고 있었음. 문제는 요런 유형의 것들. 거칠게 생각나는 대로 복원한 거라 이해하긴 어렵겠지만;


3교시 인적성검사는 그냥 일반 기업에서 하는 듯한 적성검사. 200문제인가를 30분내에 풀어야했기 때문에 생각해서(혹은 거짓말로) 쓰기가 어려웠다. 그냥 쭉쭉 답체크하는 형식으로 시간 내에 다 풀었다. 끝나고 감독관 말씀하시길, '상식 잘 봐도 인적성이나 카메라테스트에서 안 맞으면 소용 없다'고 무시무시하게-_- 얘기하시는데 사실 이걸로 기자가 적성에 맞고 안 맞고를 판단하긴 어렵지 않나 싶었다. 쨌건 여기까지 무사히 치르고 나서 다음은 점심.

점심은 강릉원주대 학생식당에서 매우 뻘쭘하게 먹었다. 수험생들 중 서로 아는 사람들은 오손도손 얘기나누며 먹었지만, 나는 혼자 간 탓에- 괜히 혼자 온 것 같은 여자분 옆에 가서 같이 먹어도 되냐고 묻고; 서로의 신상정보를 물으며 밥을 먹었다. 좀 어색하긴 했지만 이분, 카메라 테스트 때도 아는 척 하고 집에 갔다. 하하.

점심 후에는 그 유명한 논술(4교시). 논술 제시어가 뭘지 되게 궁금했는데, 감독관이 문제지를 보더니 갸우뚱,하며 '이거 어려운데...'하고 중얼거린다. 문제 받고 후덜덜했다. 논술을 준비한게 오래되진 않았지만 그래도 몇개 써봤었는데, 이건 처음보는 유형이었기 때문. 문제는 (정확하진 않지만) 다음과 같았다. 

A항의 단어들에서 연상되는 의미를 해석하고, 이를 B항의 문장과 연계해서 정리한뒤, C항을 결론 또는 지역발전의 방향으로 쓰시오.

A항 : 앨 고어, 녹색성장, 영화 Tomorrow (5개의 단어로, 정확히 기억나진 않지만 모두 '기후변화'와 관련)
B항 : 강릉 MBC 연중 캠페인 '함께해요, 녹색의 꿈'
C항 : 녹색도시 강릉

시험지 받은 수험생들 모두 당황한 눈치. 위잉~하고 머리를 돌리며 생각했다. 어떤 식으로 전개시켜 써야하나. ㅠ_ㅠ 고민하다 결국 평범하게 썼다. 총 네 문단으로,

1) 용산 1년 추모문화제에서 느낀점 - 용산 참사는 우리사회의 피할 수 없는 '불편한 진실'이고, 또 이는 살펴보면 '수도권 집중화'에서 비롯되었다.
2) 이런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않으면서, 수도권 집중화를 해소하는 방안이 있다, 회색의 도시들은 절대 가질 수 없는 지역의 '녹색'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블라블라.. 이런 점에서 강릉 MBC가 지역사회와 연계해 펼치고 있는 캠페인 '함께해요, 녹색의 꿈'이 좋은 예가 될 수 있다.
3) 이를 성공적으로 실행하려면, 전지구적 과제인 '기후변화'가 지역주민 개개인의 삶과 어떻게,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를 잘 규명해야한다. 별 상관없어 보이지만 이대로 가면 2030년에는 수온이 1도씨 올라가는데, 이는 바다 생태계 전반을 뒤집을 수 있는 위험한 일이다. (아..여기서 킬링 예시가 필요했는데. 잘 몰라서 얼버무려 쓴 감이 없지 않음ㅠ)
4) 이렇게 보면 지역발전의 방향은 명확해진다. '녹색'을 되살려 이를 지역의 장점으로 내세우는 것.


5교시는 카메라테스트였는데 스튜디오에서 정식으로 한 건 아니고 그냥 교실 하나 잡아서 카메라 세워놓고, 아나운서같이 보이는 여자분과 간부들 5~6명 앞에서 리딩하는 것. 이건 사실 좀 예외적인 거였는데, 아무래도 '강릉'이라 멀어서 한꺼번에 전형을 실시하는가보다 생각했다. 어쨌거나 원고를 주고, 읽어볼 시간도 없이 바로 시켰다. 그런데0 이게 바로 그날의 문제였다는 거...ㅠㅠ

차례가 돌아와서 들어갔는데, 카메라 테스트를 처음 받다 보니 내가 좀 당황한거다. 그래서 기사 읽기를 며칠전부터 연습했음에도 불구하고 버벅버벅거렸다. 제시문은 또 왜 이리 어려운 발음들만 있는건지... '강릉경찰서'가 '선거사범 수사상황실'을 여는데 '향응'을 제공하면 '최고 5억원' 어쩌고 저쩌고... 18명 104명 등 사람 수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서 한 3,4번은 발음이 틀렸던것 같다. 길지도 않은 원고였는데 끝을 읽을 때쯤엔 거의 패닉상태. 게다가 더 최악이었던건, 예전에 연습할 때 'MBC뉴스, 유성애입니다'를 붙여 연습했던 탓에 나도 모르게 그만 원고에도 없는 저 문장을 말했던 거다. 말을 내뱉는 순간 나도 경직하고, 앞에 앉아있던 간부들도 흠칫했음은 물론 그 여자분은 피식 웃었다. What the hell I was thinking!!!!!! ㅠ_ㅠ 그러나 때는 이미 늦은 것... 기회는 단 한번 뿐이라는 걸, 그 문을 나서면서 깨달았다는 슬픈 이야기...

그렇게 호탕(?)하게 카메라 테스트를 망치고는, 삼척에 근무하는 아는 오빠와 만나 굴밥을 얻어먹었다. 차타고 강릉 여기저기를 구경하니 바닥을 기어다니던 기분이 훨씬 나아졌더랬다. 요때 찍은 사진과 느꼈던 감상들은, 다른 포스팅으로 정리할 예정. 어쨌거나 무사히 하루를 마치고, 강릉고속터미널에서 버스를 타고 집으로 귀가했다. 필기전형 끝!

...내가 그리고 있는 꿈의 지도. 실패하고 넘어지고 구르며 배우는 시간. 쉽지는 않지만, 어려울 것도 없다. 지금, 여기 이 자리에서 충분히 아파하고 성장하면 된다고, 그러니 스스로를 다그치지만 말고 사랑으로 믿어주자고- 그리 결심해 본다. 이번 토요일에도 최선을 다해야지. 엄마의 장갑과 아빠의 내의를 기억해야겠다. 부끄럽지 않은 딸이 되고 싶다. (아, 아직 부모님은 모르심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