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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책- 파이이야기, 얀 마텔

파이이야기, 얀 마텔, 작가정신, 스페인

"소설의 운명은 반은 작가의 몫이고 반은 독자의 몫이다. 독자가 소설을 읽음으로써 작품은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된다"

죽음은 생물학적인 필요 때문에 삶에 꼭 달라붙는 것이 아니다- 시기심 때문에 달라붙는다. 삶이 워낙 아름다워서 죽음은 삶과 사랑에 빠졌다. 

... 직장생활에 대해서는 별로 할 말이 없다. 그저 넥타이가 올가미고, 거꾸로이긴 해도 조심하지 않으면 목이 졸릴 거라는 것밖에. (17)

신은 '궁극적인 실체'이자 존재를 떠받치는 틀이건만, 마치 신의 힘이 약해서 자기가 도와야 된다는 듯 나서서 옹호하는 자들이 있게 마련이다. 이런 자들은 정작 나병에 걸려 동전푼을 동냥하는 과부는 못 본 체 지나고, 누더기 차림으로 노숙하는 아이들 곁을 지나면서도 '늘 있는 일'로 치부한다. 하지만 신에 대해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점을 보면 난리라도 난 것처럼 군다. 얼굴을 붉히고 숨을 몰아쉬면서, 화를 내며 말을 쏟아낸다. 얼마나 분노하는지 놀라울 뿐이다. 그 단호함이 겁난다.

이런 자들은 겉이 아니라 마음속으로 신을 옹호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분노의 방향을 자신에게 돌려야 한다는 걸 모른다. 바깥의 악은 내면에서 풀려나간 악인 것을... 선을 위한 싸움터는 공개적인 싸움장이 아니라 각자의 마음에 있는 작은 공터인 것을... 과부와 집 없는 아이들의 운명은 너무 힘들다. 그러니 독선적인 자들이 편들어주러 달려갈 곳은 신이 아니라 그런 이들인 것이다. (96)


왜 사람들은 이동할까? 무엇 때문에 뿌리를 내리고, 모르는 게 없던 곳을 떠나 수평선 너머 미지의 세계로 향할까? 왜 스스로를 거지처럼 느끼게 만드는 겉치레투성이인 곳에 오르려 할까? 왜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고 힘겨운 이국의 정글로 들어갈까?  어디서나 대답은 하나겠지. 사람들은 더 나은 삶을 소망하며 이주한다. (105)

예상대로 풀리지 않는 세상일을 우리가 어쩔 수 있을까? 다가오는 삶을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 살 수밖에 없는 것을. (123)

바다는 잔잔했고 바람마저 없어서, 소리에 의지해 배에 몸을 들여놓을 수도 없었다. 순수하고 추상적인 암측에 둥둥 떠 있는 것 같았다. (154)

짧은 시간에 내가 그렇게 변했다는 게 놀라운가. 날치를 담요에 싸서 죽이면서 흐느끼던 사람이 만새기를 죽이면서도 즐거운 기분으로 괴롭혔으니. 당당히 설명할 수 있다. ... 아주 단순하고 잔혹하다. 인간은 무슨 일에든 익숙해질 수 있다. 살해행위라 할지라도. (232)

하지만 때로는 사랑하기가 너무도 힘들었다. 때로는 내 마음이 분노와 절망과 약함으로 급속히 가라앉아서, 태평양 바닥에 처박힐 것 같았다. 거기서 다시 올라오지 못할까 두려웠다. 그런 순간이면 기운을 차리려고 노력했다. (260)

상반되는 것 중 최악은 권태와 공포다. 우리 삶은 권태와 공포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추다. (2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