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그대와 함께/취한 글들의 시간

모진 계절을 견딘다는 것은


대체 어떤 걸까 하고.



그러던 그녀가 이제는 이런 생각을 한다. 애지중지 키워오던 연꽃 봉오리가 거친 소낙비를 맞아 뚝뚝 잎을 떨어뜨리던 어느 날에. 제대로 피지도 못했는데 잎을 자꾸만 뚝뚝 떨어뜨리는 연꽃에게 우산을 씌워주며 비를 맞고 서서. 모진 계절을 견딘다는 것은 도대체 어떤 걸까 하고. 그녀가 자꾸 이런 생각을 한다. 연꽃이 뚝뚝, 뚝뚝 떨어지고 있는데 할 수 있는 게 왜 하나도 없을까 하고. 이렇게 소중한 것이 함부로 지지 않도록, 잘 지킬 수는 없는 것인가 하고. 뚝뚝 떨어지는 연꽃잎을, 쳐다보고 있어야 할지 눈 감아야 할지 도무지 모르겠어서, 그녀는 갑자기 사진을 찍기로 한다. 쪼그리고 앉아서, 떨어진 잎들에 포커스를 맞춘다. 슬퍼보이게 하려고 앵글을 잡는다. 뷰 파인더 안에는 지난 계절 새벽길에 치었던 고양이도 보였다. 그때도 그녀는 바큇살에 짓이겨지는 물컹했던 느낌이 온몸에 생생히 올라오는 하루가 못 견디겠어서 다시 그 장소를 찾아갔더랬다. 피가 굳고 납작해진 고양이. 끔찍한 모습을 내려다보며 그녀는 퍼뜩 생각했더랬다. 카메라를 갖고 올걸. 그녀는 이내 스스로가 너무 낯설고 괴물스러워서 애써 고양이를 애도했더랬다. 그녀는 카메라를 힘없이 내려놓으며 한숨을 쉰다. 소중한 걸 지킨다는 게 무언지 종내에는 알게 될까. 그래서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어떤 걸 종내에는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생길까. 그녀는 철들지 않고 살아온 날들에 곱표를 하며, 이 시를 펴 읽고 또 읽는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말했다.

“당신이 필요해요.”

그래서

나는 정신을 차리고

길을 걷는다.

빗방울까지도 두려워하면서


그것에 맞아 살해되어서는 안되겠기에

- 베르톨트 브레히트, 「아침 저녁으로 읽기 위하여」















- from 김소연, '살아온 날들' (한겨레 HOO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