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8 (1) 썸네일형 리스트형 기꺼이 어린 여우를, 이따금 나타나는 사슴을, 그해 처음 만나는 제비를, 풀밭이 초록빛에서 황금빛으로 바뀌는 순간을 지켜보고 싶다. 밤에 가만히 앉아 눈에 보이는 사천오백 개의 별을 하나씩 세어보고 싶다. 아주 오랜 시간을 들여 이 모든 것을 하고 싶다. 그래서 침묵이 내게 다가올, 내 안에 깃들 기회를 얻고 싶다. 그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나도 정말 모른다. 가끔은 침묵이 블랙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블랙홀에서는 중력이 워낙 강력히 작용하여 무엇도, 심지어 빛조차 그 밖으로 빠져나갈 수 없다. 블랙홀은 그 힘이 미치는 범위 안에 있는 것은 무엇이든 돌이킬 수 없이 끌어당기고 빨아들여서 그 자체의 덩어리로 응축될 때까지 압축하고 쥐어짜고 다진다. 시간도 느려진다. 한번 시작되면 느린 화면을 보는 듯 어떤 ..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