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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와 함께/취한 글들의 시간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여성운동의 대모, 글로리아 스타이넘 © 온라인 이프



 남자들은 자기가 얼마나 오래 월경을 하며 생리 양이 얼마나 많은지 자랑하며 떠들어댈 것이다. 초경을 한 소년들은 이제야 진짜 남자가 됐다고 좋아할 것이다. 처음으로 월경을 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선물과 종교 의식, 가족들의 축하 행사, 파티들이 마련될 것이다. 지체 높은 정치가들의 생리통으로 인한 손실을 막기 위해 의회는 국립 월경 불순 연구소에 연구비를 지원한다. 의사들은 심장마비보단 생리통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한다. 정부가 생리대를 더 많이 배포한다. 월경 중인 남자들이 스포츠에서 더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고 올림픽에서도 더 많은 메달을 획득한다는 것이 증명된다. 군 장성들, 우파 정치인, 종교적 근본주의자들은 "피를 얻기 위해선 피를 바쳐야 한다"며 월경은 남자들만이 전투에 참가해 나라에 봉사하고 신을 섬길 수 있단 증거라고 말한다. 생리하는 남자들만이 높은 정치적 지위를 차지할 수 있다(화성의 지배 주기에 따른 신성한 월경 없는 여자에겐 자격이 없다). 종교 광신도들은 "신께서 우리 죄를 사하려고 피를 주셨다", "매월 한 번 정화 의식 없는 여성은 깨끗할 수 없다"하며 남자만이 신부나 목사 랍비가 될 수 있으며 신도 남자라 주장할 것이다.
                                                                       - 글로리아 스타이넘[각주:1], '남자가 월경을 한다면' 중에서



 하하, 한터에서 이 글을 발견하고 읽자마자 빵터졌다. 이리 유쾌하면서도 따끔한, 발상의 전복이라니. '우리나라의 성평등 점수는 60점 이하’ 라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가부장제 여전히 굳건한 나라라는 건 알고 있다. 다만 이 즐거운 페미니즘 활동가의 글에 내가 떠올렸던 건, 2003년도에 어떤 장로교 목사가 '어디 기저귀 찬 여자가 감히 목사를 하느냐'라고 발언한 사건[각주:2]이었다. 7년이 지난 지금, 그 분은 아직도 같은 생각을 할까? 만약 글과 같이 남자가 생리하는 세상이었다면, 그는 '어디 감히 월경도 안 하는 여자'가 목사를 하느냐고 말했을까? 씁쓸하고 궁금하다.

다음은 얼마 전 '이프'라는 온라인 매거진에서 실은 그녀의 인터뷰.

 

 

페미니스트 왕언니, 글로리아 스타이넘 

 

70년대 미국 여성운동을 이끌었던 <미즈> 매거진의 창시자 글로리아 스타이넘(Gloria Steinem)이 최근 재미있는 인터뷰를 가졌습니다. 이 인터뷰를 게재한 인터넷판 <로스앤젤레스 쥬이시 저널>(Jewish Journal of Greater Los Angeles)에 따르면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최근 LA에 소재한 유태교 수도원에서 강연회를 갖고 ‘수퍼우먼에 대한 페미니스트 신화’와 ‘왜 남자들이 자녀양육에 동등한 책임을 져야 하는지’ 또 ‘출산의 자유가 왜 기본적인 인권문제인지’에 대해 이야기했습니다.
 

2002년 한국을 방문해 <이프>와도 정겨운 만남을 가졌던 글로리아 스타이넘은 70세가 넘은 지금도 활발하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페미니스트 운동을 벌이고 있는 페미니스트들의 왕언니이기도 합니다. <이프>독자들 중 글로리아 스타이넘의 근황을 궁금히 여기는 분들이 계실 것같아 인터뷰 내용을 소개합니다. 인터뷰 제목은 ‘글로리아 스타이넘, 무거운 주제를 가벼운 터치로 다루다’. (인터뷰어: Danielle Berrin/ 번역:유숙열)


* 아래는 특히 인상 깊었던 문답!

Q. 그동안 페미니스트 운동의 최전방에 서 있던 당신은 위키피디아가 당신을 ‘미국역사상 가장 중요한 여성 중 하나’라고 규정한 것을 알고 있는가?

A. "인상적이군. 한번 위키피디아에서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적극적 조치)’을 찾아봤더니 '백인남성들이 차별받지 않기 위한 방안‘이라고 나와서 내가 아주 미치는줄 알았다" <- ㅋㅋㅋㅋ 

Q. 당신의 견해로 페미니즘이 치러야 하는 댓가는 무엇인가?

A. “자유의 댓가는 무엇인가? 자기결정권의 댓가는 무엇인가? 그것은 성장이다. 당신이 성숙한 어른이어야 할 때 아이로 남아있는 것은 더욱 고통스러운 일이다.”


  1. 글로리아 마리 스타이넘(Gloria Marie Steinem, 1934년 3월 25일 ~ )은 미국의 페미니스트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이다. [본문으로]
  2. “여자가 목사 안수 받는 것은 턱도 없다! 어디 기저귀 찬 여자가 감히 강단에 올라와!” 지난 2003년 11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측 총회장 임태득 목사는 총신대 채플 시간에 위와같이말해 화제가 되었다. 그는 자기 발언이 문제가 되자 닷새 후에 “이 사건을 밖으로 알리기보다는 내부에서 기도하자”는 내용의 메일을 보냄으로써 개신교 여성들의 분노를 촉발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