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정 (1) 썸네일형 리스트형 순정의 부고 순정 비가 오고 마르는 동안 내 마음에 살이 붙다 마른 등뼈에 살이 붙다 잊어도 살 수 있을까 싶은 조밀한 그 자리에 꿈처럼 살이 붙다 풍경을 벗기면 벗길수록 죄가 솟구치는 자리에 뭔지 모를 것이 끊어져 자리라고 할 수 없는 자리에 그 짐승 같은 시간들을 밀지 못해서 잡지 못해서 살이 붙어 흉이 많다 - 이병률, '순정' 전문, 바람의 사생활, 창비, 2006 꿈을 꾸었다. 한 때는 그렇게 상처였던 사람이 시간과 공간을 지나 어느새 추억으로 곱게 아름답게 미화되고 만다. 그깟 인연 스쳐가면 그만이라고, 잠시나마 사람 사이 연을 쉽게 생각했던 어리고 어리석은 그 무렵 나의 탓이다. 관통하는 모든 인연(因緣)이 흉이든 훈장이든 뭔가를 '남기고야' 만다는 사실을 나는 너무 늦게 알았다. 이것으로 앞으로 다가오.. 이전 1 다음